박목월 시인 / 청(靑)노루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山)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가는 열 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청록집, 을유문화사, 1946
박목월 시인 / 모란 여정(餘情)
모란꽃 이우는 하얀 해으름
강을 건너는 청모시 옷고름
선도산(仙桃山) 수정(水晶) 그늘 어려 보라빛
모란꽃 해으름 청모시 옷고름
시집 '산도화' 수록
소재는 강을 건너는 여인. 끝 시행은 인상의 단적인 조화를 보여 주고 있다.
박목월 시인 / 옥피리
물살 흐르는 졸음결에
하얀히 삭아서 스며 오른 목숨밭
내 색시는 하얀 넋 천만 년 달밤
이슬 하늘 찬 달빛에 높이 운다.
소재와 제목이 된 옥피리는 경주 박물관 한 구석에 유물로 남은, 선조들의 음악성이 가든 피리이다. 물살:음악선을 지닌 곡선미. 졸음결:달관의 세계. 목숨밭:생활의 유동성. 달바미은근과 끈기. 찬 달빛:이성에 의한 냉정한 자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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