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시인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뻔질한 은 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론 도론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내 마음 아실 이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맑은 옥돌에 불이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기인뜻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혼자 마음을......
아! 내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마음에 때때로 어리누는 띠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밤 고이맺는 이슬같은 보람을 보배인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김영랑
시인 /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뉘 눈결에 쏘이었소
뉘 눈결에 쏘이었소 윈통 수집어진 저 하늘빛 담 안에 봉숭아꽃이 붉고 밖에 봄은 벌써 재앙스럽소
꾀꼬리 단둘이 단둘일로다 빈 골짝도 부끄러워 혼란스런 노래로 흰구름 피여올리나 그 속에 든 꿈이 더 재앙스럽소
*뉘 눈결에 쏘이었소 윈통 수집어진 저 하늘빛 어쩌면 이런 시구절이 나오는지 새삼 또 새삼스럽게도 그 감성의 풍부함에 놀랍습니다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달
사개를 인 고풍의 툇마루에 없는 듯이 앉아 아직 떠오를 기척도 없는 달을 기둘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뜻 없이
이제 저 감나무 그림자가 사뿐 한치씩 옮아오고 이 마루 우에 빛깔의 방석이 보시시 깔리우면
나는 내 하나인 외론 벗 가냘픈 내 그림자와 말없이 몸짓 없이 서로 맞대고 있으려니 이 밤 옮기는 발짓이나 들려오리라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시인 / 독(毒)을 차고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毒)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毒)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毒)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디!' 독(毒)은 차서 무엇 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뒤!'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 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영랑시선, 정음사,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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