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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박목월 시인 / 청노루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7.

박목월 시인 / 청(靑)노루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山)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가는 열 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청록집, 을유문화사, 1946

 

 


 

 

박목월 시인 / 모란 여정(餘情)

 

 

모란꽃 이우는 하얀 해으름

 

강을 건너는 청모시 옷고름

 

선도산(仙桃山)

수정(水晶) 그늘

어려 보라빛

 

모란꽃 해으름 청모시 옷고름

 

시집 '산도화' 수록

 

소재는 강을 건너는 여인. 끝 시행은 인상의 단적인 조화를 보여 주고 있다.

 

 


 

 

박목월 시인 / 옥피리

 

 

물살 흐르는

졸음결에

 

하얀히 삭아서

스며 오른 목숨밭

 

내 색시는 하얀 넋

천만 년 달밤

 

이슬 하늘 찬 달빛에

높이 운다.

 

소재와 제목이 된 옥피리는 경주 박물관 한 구석에 유물로 남은, 선조들의 음악성이 가든 피리이다. 물살:음악선을 지닌 곡선미. 졸음결:달관의 세계. 목숨밭:생활의 유동성. 달바미은근과 끈기. 찬 달빛:이성에 의한 냉정한 자아관.

 

 


 

박목월[朴木月, 1915.1.6~1978.3.24] 시인

본명은 영종(泳鍾). 1916년 경상남도 고성(固城)에서 출생하여 경상북도 경주(慶州)에서 자람. 1935년 대구 계성(啓聖)중학 졸업. 정지용(鄭芝溶)에 의해 1939년 문예지 《문장(文章)》에 시가 추천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청록집(靑鹿集)』(3인시), 『경상도가랑잎』, 『사력질(砂礫質)』, 『무순(無順)』 등과 수필집으로 『구름의 서정』, 『밤에 쓴 인생론(人生論)』

그밖의 저서로는 『문학의 기술(技術)』, 『실용문장대백과(實用文章大百科)』 등이 있음. 1953년 홍익대학교 조교수, 1961년 한양대학교 부교수 및 1963년 교수, 1965년 대한민국 예술원(藝術院) 회원, 1968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1973년 시전문지 『심상(心像)』의 발행인, 1976년 한양대학교 문리과대학장 역임. 자유문학상, 5월문예상, 서울시문화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 1978년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