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 / 산도화(山桃花) 1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라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산도화(山桃花), 영웅출판사, 1955
시집 '산도화' 서문에서 작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민요적인 해조야말로 우리 겨레의 낡고 오랜 핏줄의 가장 생생한 것이며, 그것에 새로운 꽃송이를 피우려는 것이 나의 소원이었다."
박목월 시인 / 물새알 산새알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바위 틈에 알을 낳는다. 보얗게 하얀 물새알
산새는 산새라서 잎수를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알록진 산새알
물새알은 간간하고 짭조름한 미역 냄새 바람 냄새
산새알은 달콤하고 향긋한 풀꽃 냄새 이슬 냄새
물새알은 물새알이라서 날갯죽지 하얀 물새가 된다.
산새알은 산새알이라서 머리꼭지에 빨간 댕기를 드린 산새가 된다.
박목월 시인 / 보살
눈물 어린 자리마다 스르르 풀리면
산빛은 제대로 밝아 오는데
달빛에 목선(木船) 가듯 조으는 보살
꽃 그늘 환한 무리조으는 보살
4연 8행 48자의 구성이면서 조금도 빈틈없이 잘 짜여진 작품이다.
박목월 시인 / 빈 컵
빈 것은 빈 것으로 정결한 컵. 세계는 고드름 막대기로 꽂혀 있는 겨울 아침에. 세계는 마른 가지로 타오르는 겨울 아침에. 하지만 세상에서 빈 것이 잇을 수 없다. 당신이 서늘한 체념으로 채우지 않으면 신앙의 샘물로 채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나의 창조의 손이 장미를 꽂는다. 로오즈 리스트에서 가장 매혹적인 조세피느 불르느스를. 투명한 유리컵의 중심에.
시집 '무순(無順)'(1976)수록.
박목월 후기 시에서 보편적인 경향을 보이는 "현대풍 서정시"의 한 대표작이다. 시인은 "빈컵"에서조차 따뜻한 애정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는데, 이는 원숙한 인격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제는 따뜻한 세계관의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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