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근대)

장서언 시인 / 이발사의 봄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14.

장서언 시인 / 이발사의 봄

 

 

봄의 요정들이

단발하려 옵니다.

 

자주공단 웃을 입은 고양이는 졸고 있는데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프리즘의 채색을

면사인 양 덮어 줍니다.

 

늙은 난로는 가맣게 묵은 담뱃불을 빨며

힘없이 쓰러졌읍니다.

 

어항 속에 금붕어는

용궁으로 고향으로

꿈을 따르고

 

젊음 이발사는 벌판에 서서

구름 같은 풀을 가위질할 때

 

소리 없는 너의 노래 끊이진 마라.

벽화 속에 졸고 있는 종달이여.

 

[동광(東光)(1930)에 발표 한 등단 작품.

 

 


 

장서언 시인 (張瑞彦 1912년-1979년)

서울 출생. 1937년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여행사(日本旅行社, JTB)에 입사하였고, 광복 후에는 대한여행사의 상무이사를 역임하였으며, 대한민국정부수립 이후에는 휘문고등학교 교사로 다년간 근무하였다. 이어 성북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71년 홍익공업전문학교 교수로 부임 정년퇴임 때까지 재직하였다. 1930년에 시 「이발사의 봄」(동광, 1930) 등을 발표하여 문단활동을 시작, 이후 시 「실제(失題)」(신동아, 1933.4.)·「수인(囚人)의 과정(課程)」(신동아, 1933.4.)·

「풍경 노서아, 박」(삼사문학, 1934.9.) 등 신선한 감각미를 살린 이미지즘 계열의 작품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특히, 김기림(金起林)과 같은 모더니즘 진영의 시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광복 후에도 시 「단념(斷念)」(신천지, 1947.7.)·「차표팔이 노래」(신천지, 1948.1.)·「나무」(현대문학, 1963.1.) 등을 발표하였다. 시집은 없고, 다만 『한국시인전집』(신구문화사, 1959) 8권에 작품 25편이 수록되어 있다. 한때, 극단 신협(新協)에 가입, 이해랑(李海浪)과 함께 연극운동을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