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보 시인 / 근화사 삼첩
신시(神市)로 내린 우로(雨路)꽃 점진*들 없을쏘냐? 왕검성(王儉城) 첫 봄 빛에 피라시니 무궁화(無窮花)를 지금도 너곧 대(對)하면 그제런듯 하여라.
저 메는 높고 높고 저 가람은 예고 예고, 피고 또 피오시니 번으로써 세오리까? 천만 년(千萬年) 무궁(無窮)한 빛을 길이 뵐까 하노라.
담우숙 유한(幽閑)ㅎ고나, 모여 핀 양 의초롭다. 태평연월(太平烟月)이 둥두렷이 돋아올 제, 옛 향기(香氣) 일시(一時)에 도니 강산화려(江山華麗)하여라.
담원시조, 을유문화사, 1948
정인보 시인 / 조춘(早春)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 쏜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을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ㅎ다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담원시조, 을유문화사, 1948
정인보 시인 / 어머니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ㅎ기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 되고 말아라
이 강이 어느 강가, 압록이라 여짜오니 고국 산천이 새로이 설워라고 치마끈 드시려 하자 눈물 벌써 굴러라
설워라 설워라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무덤풀 욱은 오늘이 '살'부터 있단 말가 빈말로 설운 양함을 뉘나 믿지 마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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