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시인 / 늘, 혹은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조병화 시인 / 넌
넌 그 자리에서 좋은거다 그만큼 떨어져 있는 자리에서 좋은거다 지금 이곳이세 널 생각하고 있는 거리만큼 머릿곳에서 먼 그자리에서 좋은거다.
조병화 시인 / 너와 나는
이별하기에 슬픈 시절은 이미 늦었다
모두가 어제와 같이 배열되는 시간 속에 나에게도 내일과 같은 그날이 있을 것만 같이 그날의 기도를 위하여 내 모든 사랑의 예절을 정리하여야 한다
떼어 버린 카렌다 속에, 모닝커피처럼 사랑은 가벼운 생리가 된다 너와 나의 회화엔 사랑의 문답이 없다 또 하나 행복한 날의 기억을 위하여서만 눈물의 인사를 빌리기로 하자
하루와 같이 지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그와도 같이 보내야 할 인생들이었다 모두가 어제와 같이 배열되는 시간 속에 나에게도 내일과 같은 그날이 있을 것만 같이
이별하기에 슬픈 시절이 돌아간 샨데리야 그늘에 서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작별을 해야 한다
너와 나는.
조병화 시인 / 내가 시를 쓰는 건
내가 시를 쓰는 건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나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하나를 쓰고 그만큼 둘을 쓰고 그만큼 셋을 쓰고 그만큼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에게 편질 쓰는 건 언젠가 돌아올 너와 나의 이별 그것을 위해서 너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너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아무렇게나 버리기엔 너무나 공허한 세상 소리없이 떠나기엔 너무나 쓸쓸한 우리 그냥 작별하기엔 너무나 깊은 인연
내가 시를 쓰는 건 하나 하나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잊기 위해서다
그와 같이 내가 네게 편질 쓰는 건 머지않아 다가올 너와 나의 마지막 그 이별 그걸 위하여
하나 하나 너를 버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너를 잊기 위해서다.
조병화 시인 / 낮과 밤
너를 보았기 때문에 너를 보았기 때문에 너를 보았기 때문에
마침내
열매를 먹은 것처럼 열매를 먹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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