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 / 산그늘
장독 뒤 울밑에 목단(牧丹)꽃 오무는 저녁답 모과목(木果木) 새순밭에 산그늘이 내려왔다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길 잃은 송아지 구름만 보며 초저녁 별만 보며 밟고 갔나베 무질레밭 약초(藥草)길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휘휘휘 비탈길에 저녁놀 곱게 탄다 황토 먼 산길이사 피 먹은 허리띠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젊음도 안타까움도 흐르는 꿈일다 애달픔처럼 애달픔처럼 아득히 상기 산그늘은 나려간다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 워어어임: 경상도 지방에서 멀리 송아지 부르는 소리
청록집, 을유문화사, 1946
박목월 시인 / 산도화(山桃花) 2
석산(石山)에는 보랏빛 은은한 기운이 돌고
조용한 진종일
그런 날에 산도화(山桃花) 산마을에 물 소리
지저귀는 새 소리 묏새 소리 산록을 내려가면 잦아지는데
삼월을 건너가는 햇살 아씨.
산도화(山桃花), 영웅출판사, 1955
박목월 시인 / 산도화(山桃花) 3
청석(靑石)에 어리는 찬물 소리
반은 눈이 녹은 산마을의 새 소리
청전(靑田)* 산수도에 삼월 한나절
산도화(山桃花) 두어 송이
늠름한 품(品)을
산이 환하게 틔어 뵈는데
한머리 아롱진 운시(韻詩) 한 구(句).
* 청전(靑田): 동양화가 이상범(李象範) 선생의 호(號).
산도화(山桃花), 영웅출판사, 1955
박목월 시인 / 산색(山色)
산빛은 제대로 풀리고
꾀꼬리 목청은 티어 오는데
달빛에 목선(木船) 가듯 조는 보살(菩薩)
꽃그늘 환한 물 조는 보살(菩薩)
산도화(山桃花), 영웅출판사, 1955
박목월 시인 / 삼월
방초봉(芳草峰) 한나절 고운 암노루
아랫마을 골짝에 홀로 와서
흐르는 냇물에 목을 축이고
흐르는 구름에 눈을 씻고
하얗게 떠 가는 달을 보네
청록집, 을유문화사,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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