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순 시인 / 바다물은 달다 부제: `전쟁(戰爭)과 자유사상(自由思想)'의 출현(出現)을 축(祝)하면서
한강(漢江)의 밑바닥이 거의 환히 드려다보인다고 백성(百姓)들은 수군거리며 심각(深刻)한 불안(不安)과 공포(恐怖)에 떨고 전답(田畓)은 마르고 지각(地殼)은 갈라지고 창천(蒼天)도 갈라질 듯 산천초목(山川草木)이 마르고 뭇 생물(生物)과 동물(動物)과 인간(人間)이 운명(運命)의 엄엄(奄奄)함이여…….
강(江)가의 일망무제(一望無際)한 백사장(白沙場) 그 모래알들은 낱낱이 알알이 거의 그 발화점(發火點)― 그 초점(焦點)에 달(達)할 직전(直前)의 순간(瞬間)인 듯 이글이글 끓을 듯 속속의 콩알 튀듯 튈 듯한 가운데 억조창생(億兆蒼生)의 운명(運命)의 사막(沙漠)을 예감(豫感)하면서 나는 암담(暗澹)한 운명(運命)의 그림자를 밟으며 목고개를 힘없이 떨어뜨리고 피의 학갈을 느끼면서 맥(脈)없이 풀이 죽어 그 위를 헤매며 거니는데 오― 보라! 눈을 부릅뜨고 보라! 무서운 사막(沙漠) 속의 기적(奇蹟)의 오아시스를.
난데없이, 억만년(億萬年)의 태고색(太古色) 창연(蒼然)한 거대(巨大)한 암석(巖石)의 돌학(돌함)이 돌출(突出)하자 보라! 다시 눈을 부릅뜨고 희다 못해 푸르고 속모를 청열(淸列)한 물더미 그 무한량(無限量)의 물더미의 샘고아 힘차게 터져 용솟음치며 절대도(絶對度)로 힘차게 솟아 넘쳐 흐름을…….
한(限)없이 샘솟는 이 수원(水源)은 실(實)로 창망(滄茫)한 동해(東海)바다로 직통(直通)하였음을 아니! 태초(太初) 혼돈(混沌)에서 하늘과 땅이 나뉘고 하늘과 바다가 갈라지던 그 태고겁초(太古劫初)의 창조(創造)의 바다 속에 뿌리 박았음을 나는 직관(直觀)하고 영감(靈感)했건만 물맛은 짜지가 않고 감로(甘露)같이 달았다 이 생명수(生命水)와도 같은 거룩한 샘물이 망막무제(茫漠無際)한 사막(沙漠)과 대지(大地)를 골고루 적시고 스며들어 전체(全體)를 녹화(綠化)하고 소생(蘇生)하여 꽃피고 열매 맺을 참 평화(平和)의 명일(明日)을 예감(豫感)코 무한(無限)한 환희(歡喜)와 감사(感謝)와 법열(法悅)에 넘치며 잠기며 무심(無心)코 용(勇)을 써 몸을 뒤치는 찰나(刹那) 깨고 보니 꿈일러라.
한(限)없이 좋고 든든하고도 서글프고 안타까운 꿈일러라 그러나 이것은 역시(亦是) 꿈이 아니더라 꿈이 꿈이 아니더라 꿈이 꿈인 채 그대로 꿈이 아니더라.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오상순 시인 / 방랑(放浪)의 마음 2
나그네의 마음 오― 영원(永遠)한 방랑(放浪)에의 나그네의 마음 방랑(放浪)의 품 속에 깃들인 나의 마음
나는 우다 모든 것이 다 있는 그 세계(世界) 보고 나는 우다 모든 것이 다 없는 그 세계(世界) 보고 나는 우다 한(限)없는 그 세계(世界) 보고 나는 우다 한(限) 있는 그 세계(世界) 보고 나는 우다 유(有)와 무(無)가 교차(交叉)하여 돌아가는 그 세계(世界) 보고 나는 우다 생(生)과 사(死)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그 세계(世界) 보고 나는 우다 나의 육(肉)의 발이 밑 있는 세계(世界)에 닿을 때
나는 우다 나의 영(靈)의 발이 밑 없는 세계(世界)에 스쳐 헤매일 때 나는 우다 오― 밑 없고도 알 수 없는 웃음 나는 우다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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