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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고원 시인 / 지하철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26.

고원 시인 / 지하철도

 

 

고전이 쌓여 있는 탑이며

육중한 문명의 체중에 깔린 채

도시의 동맥은 돌아간다.

 

굴 속으로 가는 시민들은

굴복의 역사를 상상하지 않는다.

기차는

윤전기에 걸린 신문지를 펴는 듯.

 

여기 서울사람 하나 앉아서

팽창한 `튜브' 속의

고향을 생각하고,

 

`웨이 아우트'―

그리운 사람의

손을

잡고

싶다.

 

눈으로 약속한 시간에, 정신사, 1960

 

 


 

 

고원 시인 / 항아리

 

 

미끈한 항아리 자기가

신문을 잡아먹는다.

구약시대의 뱀이 도는 회오리바람.

항아리 아가리에 돌돌 달력이 말려든다.

 

항아리의 고향 하늘 끝 바다는

구름을 부는 휘파람보다도 희미해졌다.

 

끈덕지게 안개가 덮치고

금방 번개가 북을 치면서

또 남미 어느 구석이 쪼개진다.

 

항아리에 닥치는 어뢰의 메아리.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서 지금

지중해 물고기가 몇 마리로 늘어났을까.

 

당장 무엇이 와서 터질까봐

내내 짜증을 내는 별들아,

오늘밤은 저 불룩한 항아리

뱃속으로 줄기차게 뛰어들어라.

 

  미칠 것 같은 항아리를

  별이 잉태시켜라.

 

물너울, 창작과비평사, 1985

 

 


 

 

고원 시인의 작품 세계

 

 

고원의 시는 날카로운 감수성으로 도시인의 내면을 노래하였으며, 후기로 갈수록 고도의 지성으로 감정의 영역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시의 주지적 경향을 새롭게 드러낸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품 경향을 보면, 오랜 미국생활로 인해 받은 영향인 듯 포멀리즘(formalism)에 근접한 일종의 추상적 실험시들이 간혹 나타나기도 하나, 초기로부터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 현실비판적 성향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초기시에서부터 실험적 기법과 언어에 대한 감각적 탐구 경향이 강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후에도 포멀리즘(formalism)에 근접한 일종의 추상적 실험시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시인의 시 정신의 기조는 초기로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삶의 경험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현실에 대한 풍자, 세태에 대한 우화적 접근 등이 주조를 이루었다.

 

【평론】<현대시의 주제>(자유문학.1958.4) <1950년대의 영시(英詩)>(사조 6.1958.11) <산만한 전개: 소월(素月) 시를 말한다>(신문예 14.1959.8/9) <영국의 젊은 시인들(2)>(신문예 14.1959.8/9) <달란 토오마스와 현대시: 그의 6주기(六週忌)에 부쳐서>(문예 2.1959.12) <정치이전(政治以前)>(새벽.1960.5) <이매지네이슌: 현대시강좌(2)>(자유문학.1961.9) <이해를 돕기 위한 문예비평: 왕성한 비평의식과 주간지(週刊紙)의 위치>(사상계.1961.2)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시: 애정, 신화, 풍자를 통한 인간추구>(사상계.1961.7) <John Donne의 Imagery>(영어영문학 10집.1961.10) <현대시강좌(5): 비유법>(자유문학.1962.5) <템즈강변의 요마(妖魔), 킬러사건은 무엇을 말하는가>(신사조.1963.11)

 

【시】<눈은 항상 노래와 함께>(시와비평.1956.8) <지열(地熱)>(시와비평.1956.8) <고원(古園)의 시>(자유춘추.1957.6) <온천(溫泉)>(자유문학.1958.1) <밤의 계단>(사상계.1958.1) <자정(子正)을 향하여>(사상계.1958.12) <하늘이 허옇게 식어가는>(자유문학.1959.3) <내가 나와 헤어지는>(자유문학.1959.11) <시계탑(時計塔) 밑에서>(자유문학 5.1960.3) <제백(第百)의 기(旗)>(자유문학 5.1960.10) <바람꽃>(자유문학.1961.4) <밤사람>(사상계.1961.4) <비 오는 밤의 환상곡(幻想曲)>(자유문학.1962.9/10) <검정나비>(신사조 14.1963.3) <사랑의 함수(函數)>(신세계.1963.9) <내접(內接)>(현대문학.1964.1) <기(旗)의 의미>(현대문학.1965.11) <붉은 종말>(문학춘추.1966.1) <변성(變成)>(현대문학.1966.10) <너무나 멀다>(현대문학.1970.3) <이름 없는 계절>(현대문학.1971.7) <뉴욕 시초(詩抄)>(시문학 9.1972.4) <묘지에 나는 호각소리>(현대문학.1973.3) <부정파(否定派)의 시 두 편: 뉴욕 시초(詩抄)(3)>(시문학 23.1973.6) <꽃맞이 노래 두 편>(현대문학 235.1974.7) <고원(故苑)>(월간문학 65.1974.7) <백일 전에>(한국문학 26.1975.12)

 

【수필】<란든 문학풍물기>(신태양 57.1957.6) <서양문인 필명(筆名) 야화(夜話)>(신태양 63.1957.12) <셰익스피어의 고향>(자유문학.1958.8)

 

【시집】<시간표 없는 정거장>(협동문화사.1952.3인시집.이민영ㆍ장호) <이율(二律)의 항변>(시작사.1954) <태양(太陽)의 연가(戀歌)>(이문당.1956) <눈으로 약속한 시간에>(정신사.1960) <오늘은 멀고>(동민문화사.1963) <속삭이는 불의 꽃>(신흥출판사.1964) <기다림>(동창출판사.1973) <물너울>(창비.1985) <한글나라>(시인사.1988) <나그네 젖은 눈>(혜원출판사.1989) <다시 만날 때>(범우사.1993) <정(情)>(둥지.1994) <무화과나무의 고백>(창작춘추사)

 

【시조집】<달 둘이 떠서>(마을.1995)

 

【산문집】<노피곰 머리곰>(전예원.1988) <갈밭에 떨어진 시간의 조각들>(신지성사.2001)

 

【역시집】<세계명시선(世界名詩選)>(공역.정음사.1958) <영미여류시인선(英美女流詩人選)>(샤알로트 스미드 저.여원사.1959), <추억과 영역>(김종길과 공역) <사랑의 시집>(로렌스)

 

【영역시집】<AZALEA>(김소월시 영역) <현대한국시집>(1970)

 

【번역】<‘오든’의 심리학적 관심>(호가튼 저.동국문학 1.1955.11) <길손의 노래>(프레이저 저.시와비평.1956.8) <프로이드와 융의 대화>(Sykes Gerald.사조.1958.6) <삼박자(三拍子.Triple Time)>(Philip Lakin.자유문학.1958.6) <밤에(In the Night)>(Elizabeth,Jennings.자유문학.1958.6) <선량한 인간 ‘알베르 까뮈’>(롤즈 차알즈.신태양.1958.8) <통곡(痛哭): Carl Solomo를 위하여>(긴즈버그 엘른.자유문학 5.1960.12) <종야등(終夜燈: Nightlight)> <로날드 보트롤.자유문학.1961.2) <입방체(立方體: Cubes)>(보트롤 로날드.자유문학.1961.2) <율리씨스(Ulysses)>(Graves, Robert.자유문학.1961.7) <존 단: 내가 사숙(私淑)하는 외국시인>(사상계 101.1961.11.특별증간호) <피부>(라아킨 필립.자유문학.1961.12) <지난번의 회의록>(Wain, John.자유문학.1961.12) <밤에>(엘리자베스 제닝스.자유문학.1961.12) <마지막 만나는 순간>(카망즈⋅존 웨인.자유문학.1962.4) <야경(夜景)>(Kingsley.자유문학.1962.4) <내 일찍이 가 본 적 없는 그 어느 곳에>(카밍스.자유문학.1962.11) <신부(新婦)의 파자마>(소설.Mohi-udin,Akhter.세대.1963.9) <어린애>(소설.Chand,Prem.세대.1963.9) <적암록(寂庵錄)>(불교사상 2.1973.9)

 

 


 

고원(高遠.1925∼2008.1.20) 시인

본명 고성원(高性遠). 충북 영동 출생. 혜화전문(현 동국대학교) 영문과 졸업. 영국 런던대, 퀸메리대 수료. 중고등학교 교사, 통신사ㆍ신문사 기자 등에 종사하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국원으로 일한 적도 있다. 한국시인협회 사무간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사무국장 역임.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 역임. 1954년 시지(詩誌) [시작(詩作)]을 창간, 주재, 1955년까지 6집을 발간하여 1950년대 기단의 일각을 빛냈다.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이민영, 장호와 더불어 3인 시집 <시간표 없는 정거장>에 <연착된 막차>를 발표한 이래 많은 시집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