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중 시인 / 색 빠지다
바람과 불꽃의 길이었던 다 타고 남은 십구공탄 층층 쌓여 있다 나란히 퇴출만 기다리는 구멍들 한창 타오르던 불꽃은 연꽃이던가? 저 연뿌리 같은 단면들, 골 다공들 일생을 태우고 이제는 더 굴러갈 수 없는 저 바퀴들 건드리면 파삭 부스러질 것 같은 저 둥근 과자를 배고픈 진창길이 입 벌리고 있다 뼈아픈 허리들 끄응 끙 밑 받치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1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홍성 시인 / 나 그대에게 외 9편 (0) | 2020.12.29 |
---|---|
윤수천 시인 / 늦가을 들판에서 외 6편 (0) | 2020.12.29 |
이길옥 시인 / 동반자 외 15편 (0) | 2020.12.29 |
권덕하 시인 / 고행(苦行) (0) | 2020.12.29 |
김미정 시인 / 형용사가 가득한 의자 (0) | 2020.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