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시인 / 초록 무덤
무덤은 빙산의 一角이란다.
거대한 무덤이란다, 지구가. 무덤 위에 무덤이 무덤 위에 무덤이 쌓이고 쌓여
단단해졌단다. 동글동글해졌단다.
그 위에 초록 풀이 입혀졌단다.
바다는 무덤 아닌가요. 죽은 자를 물에 타서 죽은 자에 죽은 자를 타서 초록 빛을 내는.
그렇단다. 그래서 지구가 초록이란다. 초록 무덤이란다.
박찬일 시인 / 무명(無明)
약하지만 악하다. 약한 것과 악한 것이 서로 다른 것만은 아니다. 악하다고 약하지 않지 않은 것들 약하다고 악하지 않지 않은 것을 보니 말이다. 악한데 약한 경우보다 약한데 악한 경우가 만연하다. 약한 것이 인생을 끌고 간다. 약한데 악한 자가(혹은 것이) 인생을 질질 끌고 간다. 약한데 악한 자기 인생을 질질 끌고 간다. 눈이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맞는 말이다. 가벼운 것이 역사를 끌고 간다. 가벼운데 무거운 것이 역사를 질질 끌고 갔다.
박찬일 시인 / 인류는 혼자인가
AD 2020년 8월 25일(원고마감날이다) 다들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어 나만 힘든가 대범하게 넘기라고 하지만 그게 안 돼. 순간순간 멈춰. 순간순간 군힘이 들어
신체발부 오장육부의 힘으로 다 되지 않았나
할 말이 있고 하지 못하는 말이 있고 어떻게 詩人을 살아야 하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를 살아야 하나
궁핍한 시대의 넋; 다들 어디에 있는 거야? 어떻게 사는 거야 나는 혼자인가? 인류는 혼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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