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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선우 시인 / 작은 신이 되는 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4.

김선우 시인 / 작은 신이 되는 날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내가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당신을 향해

  사랑한다,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찬란한 날

 

  먼지 한점인 내가

  먼지 한점인 당신을 위해

  기꺼이 텅 비는 순간

 

  한점 우주의 안쪽으로부터

  바람이 일어

  바깥이 탄생하는 순간의 기적

 

  한 티끌이 손잡아 일으킨

  한 티끌을 향해

  살아줘서 고맙다,

  숨결 불어넣는 풍경을 보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날

 

 


 

 

김선우 시인 / 개와 고양이와 화분과 인간이 있는 풍경

 

 

  오십세의 어느날 문득 알았다

 

  내가 돌본 줄 알았는데

  나를 돌본 게 당신들이라는 걸

 

  천명(天命)이 곁에 늘 있었다는 걸

 

  지천명(知天命), 그날 이후

  드디어 나는 오십세가 되었다

 

 


 

김선우(金宣祐) 시인

1970년 강원 강릉에서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녹턴』,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 『캔들 플라워』 『물의 연인들』  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부상당한 천사에게』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 등을 펴냈으며, 그외 다수의 시해설서가 있음. 현대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고정희상, 제1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상, 발견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