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인 / 작은 신이 되는 날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내가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당신을 향해 사랑한다,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찬란한 날
먼지 한점인 내가 먼지 한점인 당신을 위해 기꺼이 텅 비는 순간
한점 우주의 안쪽으로부터 바람이 일어 바깥이 탄생하는 순간의 기적
한 티끌이 손잡아 일으킨 한 티끌을 향해 살아줘서 고맙다, 숨결 불어넣는 풍경을 보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날
김선우 시인 / 개와 고양이와 화분과 인간이 있는 풍경
오십세의 어느날 문득 알았다
내가 돌본 줄 알았는데 나를 돌본 게 당신들이라는 걸
천명(天命)이 곁에 늘 있었다는 걸
지천명(知天命), 그날 이후 드디어 나는 오십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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