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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재학 시인 / 삶의 찬미(讚美) 외 5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4.

문재학 시인 / 삶의 찬미(讚美)

 

 

산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축복이다.  

 

비록

고통으로 얼룩진 삶이라도

소중하기 그지없어라.  

 

가슴이 뛰는 고귀한 삶.

삼라만상을 향유(享有)하면서  

 

내일의

복락(福樂)을 꿈꾸는 긍정적인 삶.

이 어찌 행복하지 아니한가.  

 

한번뿐인 인생길.  

 

오늘도

천금(千金) 같은 소중한 삶이

희망의 등불로 다가선다.

온 누리를 밝히면서.

 

 


 

 

문재학 시인 / 복수초(福壽草)

 

 

잔설(殘雪)속의

노란 복수초(福壽草)

 

해마다

순백(純白)의 눈 헤집고

인고(忍苦)에 젖은 냉기를

생명의 신비로 피어내니  

 

봄의 향기가

조용히 밀러오네  

 

겨울의 차가움을 부수는

파란 하늘의

봄바람도

부드러운 봄빛도  

 

태생(胎生)의 의미를 되새기는

호젓한 복수초에

포근히 쌓인다.

 

 


 

 

문재학 시인 / 옛 동산의 추억

 

 

유년시절의 흔적 찾아

옛 동산에 올라보니

육십년 낯선 세월이

가로막는다.

딩굴던 친구들 떠나간

침묵의 공간

바람조차 쓸쓸하다.

부풀었던 청운의 꿈

한 가닥 회한(悔恨)으로 내려앉고

백발로 저물어가는

덧없는 세월에

아련한

추억의 편린(片鱗)들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문재학 시인 / 박꽃

 

 

포근한 초가지붕에

해마다

여름이면

하얀 박꽃이 피었다.

 

푸른 달빛아래

처연(凄然)한 자태의 박꽃

눈이 시리도록 고고(孤高)했었지

 

하얀 꽃잎에 흐르는

순백의 정결(貞潔)은

소복여인의

임 기다리는 염원(念願)

 

볼수록. 생각 할수록

그 옛날

고난(苦難)의 시절

정겨운 고향풍경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문재학 시인 / 봄바람 1

 

 

1.

따뜻한 햇살 속으로

산천을 넘나드는 봄바람아

조용한 가슴에

싱숭생숭한 바람 일으키지 마라

 

그리움에 펄럭이는

꽃잎 같은 임의 모습

흐려질까 두렵구나.

 

살랑이는 봄빛을 타고

마음을 휘젓는

분홍빛 봄바람이 얄밉기만 하여라.

 

 

2

포근한 햇살 속으로

강산을 넘나드는 봄바람아

화사한 꽃잎에

운명에 젖는 바람 일으키지 마라.

 

소리 없이 밀려오는

향기로운 임의 숨결

흩어질까 두렵구나.

 

연초록 향기에 실려 오는

생기로 넘치는

상큼한 봄바람이 정겹기도 하여라.

 

 


 

 

문재학 시인 / 잊을 수 있을까

 

 

사랑의 봇물 터트려놓고

짓궂은 운명 속으로

떠나간 임이여

 

가슴깊이 새기던 그 명세

서러운 꿈 이었나

 

행여나 하는 심정

미련이 많아

 

그리운 그림자 안고

밤마다 홀로 지새운

긴긴밤이 그 얼마였던가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에

 

이제는

잊을 수 있을까

 

바래지 않는

추억의 여운(餘韻)이

자꾸만 보채는데.

 

 


 

소산 문재학 시인

1945년 경남 합천 출생. 건국대 졸업. 공무원으로 정년퇴임(전 율곡면장). 녹조근정훈장(제29569호). 퇴임 후부터는 문학활동에 매진하여, <한맥문학>으로 시 등단, <동방문학>에서 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서정문인협회 이사. 시집: <삶의 풍경> <빛의 그림자> <마음의 창을 열며> 등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