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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승환 시인 / 시멘트 외 5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27.

송승환 시인 / 시멘트

 

 

사람들이 인파 속을 걷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잡은 그녀의 손은

바닷가에서 주운 돌이었는지도 모른다

공사 중인 빌딩 안으로 그녀는 들어갔다

반죽은 굳어지게 마련이다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송승환 시인 / 마이크*

 

 

나는 세계에서 지워지고 있다

 

나는 내 몸속을 울리며 사라져가는 그녀의 모든 말을 증폭시킨다

 

나는 말한다

 

* Microphone.

 

 


 

 

송승환 시인 / 제라늄*

 

 

 푸름 푸름 붉음 푸름 푸름 붉음 푸르름 푸르름 붉음 푸르스르 붉음 푸르스르 붉음 푸름 푸름 붉음 붉음

 

 푸르르 푸르르 붉음 붉음 푸르르 푸르르 붉으스름 푸른 붉음 雨雨 푸른 붉음 雨雨 붉으죽죽 붉으죽죽 雨雨 붉은 푸름 붉은 푸름 붉음 붉음 붉음 푸름 푸름 푸름

 

 붉으죽죽 붉으죽죽 雪雪 붉으죽죽 雪雪 붉음 붉음 붉음 푸름 푸름 푸름 푸르스름 붉으스름 붉음 붉음 붉음 초록 초록 초록

 

 초록 위

 

* Geranium :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

 

 


 

 

송승환 시인 / 레코드 플레이어*

 

 

사과가 있다

 

푸른 사과

거의 둥글고 파란 사과

가까스로 둥글고 연푸른 사과

기어이 둥글고 작은 초록 사과

 

쟁반에 담긴 청록 사과

 

물감과 물감을 섞는다

푸른색에서 노란색까지

노란색에서 푸른색까지

 

물을 더 섞는다

 

사과가 있다

 

* Record Player : 녹음 재생 장치.

 

 


 

 

송승환 시인 / 마크 리더*

 

 

문득

전라의 그녀

내 육체 위 몸을 포갠다

 

나는 문을 닫는다

 

흰 살결

검은 흉터

 

나는 내 육체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빛을 비춘다

 

붉음 푸름 초록 붉음 푸름 초록

 

모든 색의 원천

 

흰빛

 

그녀의 육체에서 부서진다

 

내 입술에 감도는

완성되지 못한 하나의 문장

 

검정

 

* Optical Mark Reader(OMR) : 광학 판독 장치.

 

 


 

 

송승환 시인 / 정육면체

 

 

정육면체 정면이보이지 않는다 나는정면을 향해 나아간다

 

정육면체 흙이 파여 있다

 

 

<<시인시대>>2020.겨울

 

 


 

송승환 시인

1971년 광주 출생.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부문과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 평론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드라이아이스』(문학동네, 2007), 『클로로포름』, 평론집 『측위의 감각』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