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초우 시인 / 1과 2
내 몸은 유독 물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1월의 1, 2를 불이라 했던가 굳이 배를 띄울 필요 없이 1은 2를 찾으러 동서를 넘나들며, 하늘의 소식 몸에 지니고 2 라는 숫자를 찾아 날아 다녔지
2는 지금 극지방에 가 있다 누구의 꿈이 녹아내리는 처소가 나의 안식처가 아닐는지 얼마나 화가 놨으면, 열병 같은 불기운, 점점 수위가 올라 갈 남쪽 내가 갈 곳은 아니지
친구 집 앞 하수구 꺼진 곳, 저녁 식사 후 집을 나서다 2를 만나, 지독히도 건망증 심한 청년 무슨 일이든 1로써 끝내질 못하고, 꼭 2를 만나야 낙뢰가 번쩍
그 허방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2에 대한 고마움 잊지 못하는, 2는 결국 1의 선지식
웹진 『시인광장』 2021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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