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선 시인 / 봄날
암나사의 터진 밑구멍 속으로 한 입씩 옴찔옴찔 무는 탱탱한 질 속으로 빈틈없이 삽입해 들어간 숫나사의 성난 살 한 토막 폐품이 된 이앙기에서 쏟아져 나온 나사 한 쌍 외설한 체위 들킨 채 날흙 속에서 그대로 하고 있다 둘레에는 정액 쏟듯 흘린 제비꽃 몇 방울
《문학사상》 《詩眼》
홍신선 시인 / 냉면을 먹으며
스텐리스 물냉면 그릇에 겨자(芥子)를 뭉텅 풀었다 저런, 저, 사정(射精) 끝내고 쭈그러들기전 양물처럼 아직도 탱탱한 겨자통 일제히 등만 보이며 한복판에 엎어진 면발이 앙가슴에다 감춘 냉면 내면의 수북한 생각들
올올의 쫀득쫀득거리는 생각들을 무장해제시키는 한모금 이 육수의 편안함은 무엇인가 황소처럼 고삐 끊긴 듬뿍 매운 맛이 내 혀의 맛봉오리들을 맛중추를 사정없이 짓대기고 부러뜨린다. 그렇다 이제 한 대접 맵게 풀린 쓸쓸한 뉘우침이나마 말없이 훌훌 마셔야 내가 푼 죽음은 내가 마셔야
단좌(端坐)하듯 앞자리 지켜앉은 험상궂은 삶의 시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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