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구 시인 / 곱창
흰눈이 팡 팡 팡 쏟아지는 밤 양철 깔대기에 능글능글한 돼지창자를 까뒤집어 놓고 썩은 똥찌꺼기를 훑어낸다 돼지똥을 만진다 라디오에선 주의 탄일을 축하 축하하고 고무통 속 찬물에 담긴 돼지창자에선 죽어 나자빠질 똥냄새가 퍼진다 모락모락 퍼진다 진동한다 손가락이 얼어터져 손가락이 똥이 될 것만 같다 찜통 속 펄 펄 펄 끓는 물이 똥 뺀 창자를 기다린다 얼어터지다 불 속으로 들어가는 기가 막힌 돼지창자의 싯누런 똥냄새 울려 퍼지는 즐거운 메리 크리스마스
시집 - 걸레와 찬밥 (2004년 시평사)
임희구 시인 / 삼십세
늦은 밤 라면을 끓이다가 책장의 책들을 살피다가 시집 간 옛 친구를 떠올리다가 오래전 비오던 날 뚝섬에서 옛 친구가 선물한 '삼십세'를 기억해내고 어디에 꽂혀있나 구석구석 찾아보다가 라면이 탱탱 불어터지는 밤 누가 가져갔나 삼십세가 없어졌다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시집 - 걸레와 찬밥 (2004년 시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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