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서 시인 / 견딤의 방식
활어횟집 수족관에 빼곡한 물고기들 죽을 차례만 기다린다
뺨들을 비비며 비켜나간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저 견딤
죽음과 견딤의 값으로 방부제가 날까 항생제가 날까 뜰채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나의 공복은 또 어떤 살해를 꿈꾸는지 내 몸 곳곳에서 비늘로 돋는 허기
나는 누구의 뺨을 만져봐야 하는가
- 『유심』2011년 7 ~ 8월호에서
유현서 시인 / 소금창고에서 소금찾기
녹이 슨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몇 개의 기둥에 늑골을 기대고 있다 기우뚱, 아슬아슬한 각도다
폭삭 주저앉아 버릴까 대자大字로 늘어진 잠이 흔치않은 호접몽을 꺼낸다
밀물과 썰물의 몸 섞는 소리 등 굽은 염부의 고무래질하는 모습으로 들락거린다
대여섯 개의 지팡이로 펼쳐진 드라마가 헐거운 동공으로 노려본다
바다를 훔치고 싶었다 오가지도 못하게 붙들어 앉히고 오래도록 바라만 보았다 그 여자의 눈물이 마르고 마를 때까지 무더운 날들 속으로 나의 요구만 더해갔으나 흰 뼈만 남은 그녀와 함께 머리칼이 다 세어 버렸다
노나라의 왕은 바닷새의 사랑으로 사랑하지 않고 왕의 사랑법으로만 사랑을 했나
비로소 집다운 집을 짓나보다 검불을 물고 들락거리는 바닷새들 사이로 다시 노을이 건너간다 그 여자는 끝내 나를 찾지 않는다 그 여자의 피가 내 몸속에서 썩지도 않고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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