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엽 시인 / 우물가의 여인
여민 단추 사이로 더운 바람이 냉동되다 여섯 남편을 잉태한 몸으로 해를 안고 외줄을 타는 곡예사가 들리지 않는 노래를 한다
외로운 하늘을 쳐다본다 그 시선이 빗금을 그리고 금 사이 날이 서고 눈자위에 흩어지지 못하는 바람이 서 있다
목적지 없는 항해다 원시시대를 찾아가는 탐험가일까 야위어가는 내게 눈길을 준다 흔들리는 눈총을 모아 태워 어두운 가슴을 밝힌다
밤 기다려 물 길러온 여인 갈증을 채운 그녀 그를 기다려 또 우물가에서 서성이다
최진엽 시인 / 상자
두통약을 미리 먹어 두세요 그래야 출구를 찾을 수 있어요
색칠한 쪽에서 들려오는 소문은 믿지 마세요 거리를 뛰어다니는 분홍 토끼니까요
상자 안으로 사라지는 것들은 모두 표시해 두었어요
튀어 나올 수 있는 것은 탄력 좋은 고무줄에 묶여 있는 분홍 토끼뿐이에요.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눈 뜨면 다시 제자리인 것에 대한 설명은 꼭 해 주세요
오른 쪽으로 접혀진 시간은 왼쪽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알약 녹는 시간은 길지 않아요 두통도 곧 멈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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