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시인 / 갈라파고스 Galapagos 섬에서 1
갈라파고스 섬에는 파란 발의 새가 있다 바다코끼리를 향해 활을 겨누는, 원시사내의 팔뚝에 조개를 삼킨 새가 부리를 닦는다
"달빛 잎눈이 점점 어두워가요, 초록바다에 지쳤어요"
맹그로부나무 그늘에 누워, 원시여자를 맨발로 벌거벗은 원시사내의 무성한 가슴털을 혜집으며 투정한다
"들꽃이 시들었구려, 비단뱀이 옆구리에 기대어 낮잠을 청해 봐요"
원시사내는 원시여자의 조그만 발을 쓸어 당긴다 (사내의 거친 숨소리, 주술처럼 여자는 눈을 감고) (열아홉 개 작은 섬, 슬몃슬몃 눈을 뜨고)
"날개가 퇴화한 코바네우 전설"을 들려주는 바다이구아나, -갈라파고스 거북이,귀를 쏭긋쏭긋
다윈의 노란 손바닥책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핀치 새가 베로-롱 베-롱 쫑쫑 낮잠꾸러기, 이사벨라 섬을 깨우러 하늘 놀이 날아 오른다
이선 시인 / 양평, 두물머리 연꽃
뿌리는 뿌리의 아픔으로 마디는 마디의 아픔으로 두갈래 물길이 한데 모여, 겹겹이 흐르나니
향香 결潔 청淸 정淨
여덟 장 꽃잎, 여덟 겹 번뇌
혼돈의 진흙 뻘 밑에서 잠자던, 나비의 정령 우주의 생기를 발효시킨, 윤회의 달빛향기
희락(喜樂)과 번뇌(煩惱)는 한 몸일지니 꽃잎 고요히 접으며 번뇌가 번뇌를 씻어낸다
햇살과 물안개더미 사이, 짧은 찰나의 경계에서 니르바나 꽃대 밀어올리는 두물머리,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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