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청미 시인 / 선운사 동백나무
오백살 여자가 아이를 뱃다고 노산老産의 산통이 온 산을 흔들거라고 동박새는 제 부리를 콕콕 쪼아 무성한 소문을 전송하네
분만을 준비하는 동백 숲 속 앙칼진 꽃샘바람이 이월의 짧은 꼬리를 뜯고 있다 늙은 임부는 진통이 와 몸을 떨고
언 산방에 불을 지피는 오후의 햇살 오! 눈부셔라 저 선홍의 무녀리 산방 문이 열리네
선운사 뒤란에 불이 붙겠네 동백꽃불 속 어디쯤 어머니 꽃등 하나 켜고 계실 것도 같은
환생의 씨앗 품고 모질도록 동백나무는 긴 겨울밤 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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