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시인(김해) / 홍매화의 향연
겨울의 마지막 자락 동여맨 틈바구니로 시리도록 시린 시간을 깨뜨리는 홍매화가 한창이다 뉘라서 알았을까 아름다운 것도 찬란한 칼날의 향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간보다 먼저 서두르는 성급한 꽃들의 춤사위 겨울 속 흔적들을 지워내고 새로운 날을 꿈꾸게 한다 함께 할 따뜻한 시간 속으로 홍조띤 미소 머금은 홍매의 춤이 붉게 수놓아 갈수록 설레이는 봄향은 짙어만 간다
조윤희 시인(김해) / 함덕 해수욕장에서
한겹 한겹 고운 선율로 왔다가 물러가는 그대의 발걸음을 넋놓고 듣고 앉았다
함덕의 고운 모래펄 사이로 가을이 스며든 줄 알았더니 봄밤의 랩소디가 향기롭게 귓가를 적신다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기다림을 안아주려 다가온 듯 낯선 밤의 바다는 그대의 향기처럼 포근하기만 하다
조윤희 시인(김해) / 겨울소경
여름내 뜨거운 볕살 잠시 스쳐도 원망스러미 하늘을 보았더니 깊은 호수마냥 펼쳐진 시린 하늘 슬픈 해 그림자 겨울 따라 나선다
잠시라도 남겨주고 간 온기 품 안으로 끌어 모으려 할수록 잽싸게 달려온 서늘한 기운만 손끝을 깨물어 버린다
입술에 머문 주문처럼 춥다 춥다 연신 중얼대다가도 저 너머 불 켜진 창을 보다보면 가슴 한번 적셔지는 따뜻한 그리움 한 조각
고립된 채 드러누운 겨울의 풍경 속에서도 흐르는 숨소리가 묻어나면서 시린 하늘빛에도 붉은 감성하나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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