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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양민주 시인 / 산감나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6.

양민주 시인 / 산감나무

 

 

겨울 추위가 매섭다

숲속을 헤매다 만난

키가 작고 팔다리 긴 여자

잡목 가득한 숲 한가운데서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고 서 있다

옹기종기 아이가 여럿

추위에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어 예쁘기도 하여라

산새들 찾지 못하는 잡목 우거진 숲

낙엽 져 겨울 햇살 들 때

숨어 기른 여름 아이

숲 그늘 빛이 작아 작은 아이들

갓 낳아 젖을 문 푸른 얼굴들

가을을 지나며 붉게 붉게 물들었다

배고픈 겨울새도 찾지 못하는

숲속 나무들 사이에 숨어

몰래몰래 아이에게 젖을 물린 여자

둥치가 썩어서 슬프지만

가지 끝에 매달고 있는

아이들 빨간 얼굴이 예뻐서 기쁜

그 여자의 모습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양민주 시인 / 낙동강으로 가는 산을 넘으며

 

 

까만 얼굴에 땀 삐질삐질 흘리며

짐바리 소 앞세우고 넘는다

한 손엔 버드나무 회초리 들고

이랴 이랴 넘는다

 

소나기에 씻긴 길바닥 돌의 얼굴은 말갛고

길가엔 빨간 산딸기 지천이다

이쪽 보리밭에 꿩 울음소리

저쪽 산 너머엔 뻐꾸기 울음소리

한 손으로 암소 엉덩이 밀며

가파른 산을 넘는다

 

강가엔 조상이 물려준 질땅이 있고

보리가 자라고 산두가 자라고 땅콩이 자란다

짐바리로 셀 수도 없이 넘었던 산

오늘은 차마 넘지 못하고 고갯마루에 서서

서녘으로 저무는 노을 바라본다

 

 


 

양민주 시인

1961년 경남 창녕에서 출생. 부산공대(현 부경대) 기계과 졸업. 인제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졸업. 2006년 《시와 수필》을 통해 수필로, 2015년 《문학청춘》을 통해 시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수필집 『아버지의 구두』와  시집 『아버지의 늪』(황금알, 2016)이 있음. 현재 김해문인협회 회장이며 인제대학교 문리과대학 행정실장. 2015년 제11회 원종린수필문학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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