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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경철 시인 / 첫눈 머리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6.

이경철 시인 / 첫눈 머리에

 

 

대낮에 첫눈이 왔다는데,

반시간 가량 눈답게 휘몰아쳤다는데

그걸 못 본 다음날

대낮부터 먹먹한 하늘에 이제나 저제나

눈이 올라나 펑펑 쏟마질라나 기다렸는데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 사이사이 화들짝, 첫눈이 왔네요

서러울 것도 없이

희끗희끗 눈이 나려 쌓이고 있네요

 

시집 <그리움베리에이션> 중에서

 

 


 

 

이경철 시인 / 맥脈놀이 1

- 수원 화성 범종소리

 

 

수원 화성華城 올라

젊은 아빠 어린 아들

두 손 그러잡고 범종을 친다

 

웅-우-으-응

 

팔달산 능선 따라

사방팔방 온 몸과 마음

둥글게 번져가는 피돌기

심장박동 끝자락 맥놀이여

 

매화 목련 진달래 흐드러지다

울울창창 달려가는 계절은

저들끼리 하염없고

저들끼리 바쁜 줄 알았는데

 

아니다, 아니다

스러지다

되살아나는

맥놀이 능선

푸르러 푸르러

너와 나 살 떨리는

푸름의 화답이여,

 

 


 

이경철(李京哲) 시인

1955년 전남 담양 출생. 동국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중앙일보 문화부장. 1989년부터 《현대문학》, 《한국문학》 등에 다수의 현장비평적인 평론 발표, 2010년 《시와시학》으로 시인 등단. 저서로는 『천상병, 박용래 시 연구』 『미당 서정주 평전』 등과 시집 『그리움 베리에이션』 등이 있음. 현대불교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인산시조비평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