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윤효 시인 / 생업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7.

윤효 시인 / 생업

 

 

종로6가 횡단보도

원단두루마리를 가득 실은 오토바이들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신호총이 울렸다.

 

장애물을 요리조리 헤치며

동대문시장 안 저마다의 결승선을 향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좀처럼 등위를 매길 수 없었다.

 

모두 1등이었다.

 

 


 

 

윤효 시인 / 완생 (完生)

 

 

그렇게 좋아하시던 홍시를 떠 넣어

드려도

게간장을 떠 넣어 드려도

가만히 고개 가로 저으실 뿐,

 

그렇게 며칠,

또 며칠,

 

어린아이 네댓이면 들  수 있을 만큼

비우고 비워내시더니

구십 생애를 비로소 내려놓으셨다.

 

 


 

윤효(尹曉) 시인

1956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 본명은 창식(昶植). 동국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198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물결』, 『얼음새꽃』, 『햇살방석』, 『참말』과 시선집 『언어경제학서설』이 있음. 편운문학상 우수상, 영랑시문학상 우수상, 2014년 제1회 풀꽃문학상 수상. 현재 <작은詩앗·채송화> 동인. 한국시인협회 기획위원장, 문학의집서울 상임이사. 서울 오산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