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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문문 시인 / 매화틀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9.

송문문 시인 / 매화틀

 

 

동생들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원 앞 인적 드문 초봄 길을 걷는데

-나 똥 싸-하신다

여든 여덟 아기

매화꽃 아래 옷 내리고 볼 일을 보신다

 

부드러운 잎사귀들은 오월 속에 접혀 있어

지나가는 바람과 아들 한 딸 둘

벙그는 매화향 까지 갑자기 바빠졌다

 

어머니는 세 살 노릇 참 쉽게 하시고

아들은 열 살 다리로 돌아가 요양원까지 뛰어가고

딸 둘은 문인수 시인의 '쉬' 속에 들어 바람벽을 웃음으로 엮고

 

아들이 가쁜 숨으로 하얀 분첩을 드리자

어머니

딸 둘이 드리는 두레박에 매화량 가득 담아 건네신다

 

어머니가 그렸던 매화 등걸이

매화틀이 되는 꿈을 꾸었을 까?

어린 쑥이 쑥쑥 크는 소리 쑤욱쑥

메아리도 쑤욱쑥이다

 

 


 

송문문 시인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4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 시집으로 『연두 곱하기 연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