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문 시인 / 매화틀
동생들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원 앞 인적 드문 초봄 길을 걷는데 -나 똥 싸-하신다 여든 여덟 아기 매화꽃 아래 옷 내리고 볼 일을 보신다
부드러운 잎사귀들은 오월 속에 접혀 있어 지나가는 바람과 아들 한 딸 둘 벙그는 매화향 까지 갑자기 바빠졌다
어머니는 세 살 노릇 참 쉽게 하시고 아들은 열 살 다리로 돌아가 요양원까지 뛰어가고 딸 둘은 문인수 시인의 '쉬' 속에 들어 바람벽을 웃음으로 엮고
아들이 가쁜 숨으로 하얀 분첩을 드리자 어머니 딸 둘이 드리는 두레박에 매화량 가득 담아 건네신다
어머니가 그렸던 매화 등걸이 매화틀이 되는 꿈을 꾸었을 까? 어린 쑥이 쑥쑥 크는 소리 쑤욱쑥 메아리도 쑤욱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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