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시인 / 겨울 가지처럼 안으로 흘러들어 기어이 고였다 온통 멍으로 출렁이던 몸 두려움에 독주머니를 가득 부풀린 괴이하고 작은 짐승 가지꽃이 많이 피면 가문다더니 손가락으로 열매를 가리키면 수치심에 겨워 낙과한다니 몸속에 위독한 가지들을 매달고 주렁주렁 걷는 사람에게 고결은 얼마나 큰 사치인가 숨기려해도 넘쳐 맺히는 시퍼런 한때가 있어서 찢어진 가지마다 심장이 따라붙어 우리는 모서리를 길들이기로 했다 한 바구니 두 바구니 수북이 따서 모은 열매들의 참담을 생각하면 부푸는 속내와 어두운 낯빛 사이에 물혹 같은 곤란함이 도사리는데 겨울 가지는 삶아놓으면 더 푸르러지고 푸르다는 건 내부에 멍이 깊은 병증이라 피부 밑으로 서서히 들이치는 겨울 가지의 색 월간 『현대시』 2019년 8월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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