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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백우선 시인 / 훈暈. 2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30.

백우선 시인 / . 2

 

 

그의 화살로 내가

몰래 쏘고 쏜 과녁인 나는

고슴도치

전신 심장의 화살투성이

그 끝끝의 깃털로

그의 하늘을

빙빙 돌며 납니다

 

*: 햇무리나 달무리와 같이 중심을 향하여 고리처럼 둘린 빛의 테.

 

 


 

 

백우선 시인 / 낙지

 

 

머리에 든 먹물은

삶아도 쉽게 굳지 않는다

붓 삼아 찍어 쓸

손발가락이 토막토막 잘려

입속으로 사라져도

먹물은 붓을 기다린다

일 초라도 더 버틴다

먹이 아니라

먹이가 되고 말더라도

글이 되고 싶은 것은 이런

매운 구석이 있다

 

 


 

 

백우선 시인 / 마부의 꽃

 

 

몽골 테를지에서 말을 탄 젊은 마부는

갑자기 몸을 땅으로 깊이 굽혀

노랑꽃을 꺾어 여인에게 웃으며 건넸다

한 여인과 내가 탄 말 둘의 고삐를 잡고

앞서 가다가였다.

잠시 뒤에는 또 그렇게 하얀 꽃을 꺾어

나한테도 주었다. 나는 그 꽃을

나란히 가는 그 여인의 말에게 먹이며

네가 태운 분을 잘 모셔다오라고 일렀다.

그 말은 고개를 세 번이나 끄덕거렸다

 

 


 

백우선 시인

1953년 전남 광양에서 출생. 1981현대시학으로 등단. 1995한국일보신춘문예 동시 당선. 저서로는 시집으로 우리는 하루를 해처럼은 넘을 수가 없나, 춤추는 시, 길에 핀 꽃, 봄비는 옆으로 내린다, 미술관에서 사랑하기등과동시집느낌표 내 몸』 『지하철의 나비 떼가 있음. 12회 김구용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