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선 시인 / 훈暈. 2 그의 화살로 내가 몰래 쏘고 쏜 과녁인 나는 고슴도치 전신 심장의 화살투성이 그 끝끝의 깃털로 그의 하늘을 빙빙 돌며 납니다 *훈暈 : 햇무리나 달무리와 같이 중심을 향하여 고리처럼 둘린 빛의 테. 백우선 시인 / 낙지 머리에 든 먹물은 삶아도 쉽게 굳지 않는다 붓 삼아 찍어 쓸 손발가락이 토막토막 잘려 입속으로 사라져도 먹물은 붓을 기다린다 일 초라도 더 버틴다 먹이 아니라 먹이가 되고 말더라도 글이 되고 싶은 것은 이런 매운 구석이 있다 백우선 시인 / 마부의 꽃 몽골 테를지에서 말을 탄 젊은 마부는 갑자기 몸을 땅으로 깊이 굽혀 노랑꽃을 꺾어 여인에게 웃으며 건넸다 한 여인과 내가 탄 말 둘의 고삐를 잡고 앞서 가다가였다. 잠시 뒤에는 또 그렇게 하얀 꽃을 꺾어 나한테도 주었다. 나는 그 꽃을 나란히 가는 그 여인의 말에게 먹이며 네가 태운 분을 잘 모셔다오라고 일렀다. 그 말은 고개를 세 번이나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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