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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성금숙 시인 / 버려지는 수요일들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3.

성금숙 시인 / 버려지는 수요일들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것들에게는

회상할 추억이 없다

 

자판기커피를 마시고

빈 종이컵을 우두커니 바라보다

그냥 버리기엔 좀 우묵해서

 

너는 느닷없이 손톱을 깎는다

그때 바람이 방향을 틀고

수요일의 머리칼이 헝클어진다

 

구름이 버린 구름과 나무가 버린 나무처럼

뜨겁거나 무겁지 않은 컵 밖으로 튄 생각들

손가락에 침을 묻힌 너는 흩어진 손톱을 종이컵에 담아 버린다

 

너에게 한없이 가까워서 버리지 못한

우리라든가 그래도 그러므로 같은,

입속말들이 득실대는 수요일의 네 책상

 

의자에서 일어서는데 수요일은 모두 버려,

버리라고 귀를 쪼며 철 늦은 매미가 운다

자판기 커피맛 같은 한 움큼의 수요일들이

네 손에 우그러져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쓰이기 전부터 우리는 호흡이 빠듯해진다

문예바다(2017년 겨울호)

 

 


 

성금숙 시인

충남 부여에서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2017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 2017년 제2회 정남진신인시문학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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