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황금찬 시인 / 음악이 열리는 나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4.

황금찬 시인 / 음악이 열리는 나무

 

 

어느 하늘 밑에

음악이 열리는 나무가 있다는 말을

들은 지 65년 전

32개의 하늘을 돌며

그 나무를 찾았으나

내 앞에 서 주지 않았다.

지중해, 발트해협,

태평양 인도의 바다까지

돌았으나

그 나무는 못 찾고 있었다.

어느 날 내 고향바다

물결 속에서

구름 같은 지휘봉을 들고

내 앞에 서는 것이다(그 나무가)

카덴차

나무 밑에 서서

원하는 곡명을 부르면

바람이 무지개를 몰고 오면서

원하는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나는 제일 먼저

베토벤의 고향곡6F장조

전원을 말했다.

꿈속같이 들려 왔다.

이번에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D장조를 듣고 있었다.

이제 귀가 열린다.

눈이 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황금찬 시인 / 광나루

 

 

찬란 하여라

서울의 아침이여

심성이

세계의 문을 여는가

광진 하늘의

빛나는 태양이여.

여기 우리는

보고 있거니

세계의 문이 열리고

백억의 눈들이

응시하는

! 서울 서울이여.

아차산선은

우리들의 자랑

역사로 끝남이 아니다

영원히 살아

내일을 꽃 피게 한다

광진구여

빛으로 영원하라

여기는

아침이 가고

밤이 오는 곳이 아니다

영원한 아침 뿐이다

 


 

황금찬(黃錦燦) 시인(1918-2017)

1918년 강원도 속초시 출생. 1947<새사람>에 처음으로 시를 발표. 1951년 시 동인 '청포도'를 결성. 1953<문예>지에 <경주를 지나며>가 추천되어 정식으로 등단. 시집 <현장> <고향의 소나무>까지 거의 매년 시집을 낼 정도로 왕성한 창작. 1948~78년에 강릉농업고등학교, 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사를 역임, 1978~80년 중앙신학대학 기독교문학과 교수, 1996년 대한민국문학부문문화예술상. 1992 문화의 달 보관문화훈장. 1990 서울시 문화상. 1982 한국기독교 문학상. 1973 월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