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시인 / 지상에서 천국까지
소변기가 세 개 있다. 몇 발짝 더 가서 세 번째 앞에 선다. 첫 번째는 너무 많은 세례를 받았으므로 비워 두고
버스에서 타고 내릴 때 문 앞자리는 비워 둔다. 나보다 급한 사람 금방 타고 내릴 것 같아
공원묘지 봉분이 여럿 있다. 입구에서 가장 먼 곳까지 가 눕는다. 걸음 늦어 천국에 지각할 뒷사람을 생각하며.
고두현 시인 / 달의 뒷면을 보다 -바래길 연가·섬노래길
송정 솔바람해변 지나 설리 해안 구비 도는데 벌써 해가 저물었다
어두운 바다 너울거리는 물결 위로 별이 하나 떨어지고 돌이 홀로 빛나고 그 속에서 또 한 별이 떴다 지는 동안 반짝이는 삼단 머리 빗으며 네가 저녁 수평선 위로 돛배를 띄우는구나
밤의 문을 여는 건 등불만이 아니네
별에서 왔다가 별로 돌아간 사람들이 그토록 머물고 싶어 했던 이곳 처음부터 우리 귀 기울이고 함께 듣고 싶었던 그 말 한때 밤이었던 꽃의 씨앗들이 드디어 문 밖에서 열쇠를 꺼내 드는 풍경
목이 긴 호리병 속에서 수천 년 기다린 것이 지붕 위로 잠깐 솟았다 사라지던 것이 푸른 밤 별똥별 무리처럼 빛나는 것이
오, 은하의 물결에서 막 솟아오르는 너의 눈부신 뒷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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