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박언휘 시인 / 울릉도의 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8.

박언휘 시인 / 울릉도의 꿈

그해 겨울

소녀는 봄을 꿈꾸었다

중학생 교복을 입은 단발머리 소녀가

도시의 거리를 거닐며

친구와 개나리꽃처럼 종알거리는 모습을 그렸다

그해 봄

파도는 섬을 향해 몰아쳤고

배는 떠나지 못했다

석 달이나

섬은 바다 안에 갇혔다

소녀는

대구로 진학하는 꿈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울릉도

그 안에 갇혔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파도라도

소녀의 꿈은 갇히지 않았다

 


 

 

박언휘 시인 / 처방전

가슴을 쥐어짠다는 이웃집 할머니에겐 심전도, 속이 따갑다는 박선생은 내시경, 기침 심한 한별이에겐 칭찬과 코푸시럽, 화를 못 다스려 속이 아픈 병원집 며느리는 차 한 잔과 하드록, 우울증에 빠진 몸짱 모델에겐 장미꽃과 바리움, 불면증 심한 취업 준비생 영준씨에겐 시 한 편과 자낙스, 유방 절제술로 한쪽 가슴이 없는 보람 엄마에겐 힘 있는 악수와 셀렌 Q……

손을 씻고

가슴을 열고

늦은 밤

불빛조차 지친 진료실에서

나를 위한

오늘의 마지막 처방전을 쓴다

파릇한 시의 잉태를 위한,

건강한 출산을 위한,

습작(習作) 수액 주사

용량 제한 없음

 

 


 

박언휘 시인

경북 울릉도 출생. 수필가, 컬럼리스트, 의학박사, 경북대 의대, 미국 코헨대학 명예정치학 박사. 2010년 《한국문학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17년 《문학청춘》 등단. 저서로는 동인문집  『내마음의 숲』 등이 있음.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의사시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클럽 이사 한국문학신문 논설위원, 한국일보 편집위원, 중앙일보객원논설위원, (사)대한민국보문인협회 시분과 위원장. 시계간지 <시인시대> 발행인. 대구 박언휘종합내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