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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효순 시인 / 애오라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18.

김효순 시인 / 애오라지

 

 

너나없이

어쩌다 간혹

시지프스 쇠사슬에 발목이 아프기도 한가요

 

미생의 욕망 한 덩어리씩 안고 으깨어질까

몸서리치는 악몽에 잠이 깨기도 하는가요

 

불쑥, 난데없는 꼬챙이가 호주머니에서

허벅지를 찌르기도 하던가요

골고다 언덕으로 절대자를 좇아가다

돌아서서 빠진 발톱을 줍고

닭이 울기 전,도망쳤다고 했던가요

 

그러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곡예사의 그네로 데려가는

기막힌 생의 반전을 소원하기도 하였나요

 

애오라지

시지프스 쇠사슬을 풀어 줄

낙타 바늘귀를 찾기는 했나요.

 

 


 

 

김효순 시인 / 나는 피그말리온, 너는 마법의 새

 

 

오늘도 새장의 문을 연다

나의 연민아 ! 안녕 ?

 

귀퉁이에서 촛점이 멍하고 깃털이 뽑힌 꽁무니가 파르르 떨고 있는 새 한 마리!

아직 이름은 모른다

 

어디서 누구에게 왜 어떻게 언제 무엇을 ‥

너의 올가미시절에 대하여 , 피도 눈물도 없는 타인처럼 육하원칙으로 추궁하지 않기로 한다

그것은 너의 마지막 존재형식이자 가시덤풀에라도 숨고 싶었던 알몸일테니까

 

이제 ,너에게

연민이 아닌

'마법의 새'로 부르기로 하자.

아니 *피그말리온 왕이 사랑한 공주라고 부를까

 

관계의 미학은 길을 잃은 고아에게도 먼저 이름을 불러 주는 일.

그리고 '이솝의 부리' 로 숨결 한 모금씩 서로 떠 먹여주는 일이 아닐까

 

그리하여,

너는 곧 기름기 도는 깃털이 솟아올라 날개짓을 연습할 것이다

 

나의 공주여

이제

새장 문을 박차고 활보하든

너의 집을 찾아서 저 푸른 해원으로 날아가렴

 

 


 

김효순 시인

2000년 <한맥문학> 등단. 시집 『사는 동안 』,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