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현 시인 / 단단한 책
이미 평평해진 평면을 아직 바닥인 바닥이 늘어 서 있다 한번도 만난적 없는 바닥 만났던 것 같은 바닥 평평한 계단들은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붙어 있다
삶이 폭염처럼 확장하다가 지루해 질 때 햇빛을 따라 부서진다 초록이 흐릿해 질 무렵 소나기가 내렸다 예보같았다 백지속 너는 보이지 않는다
바닥과 바닥 사이 자꾸 방향은 잃는다 문장이 길어졌다 그림자 자꾸만 번져 나간다 페이지에 문장들이 떠내려 가고있다 모르는 것들은 흘러넘친다 제자리가 제자리를 벗어날 때 흔적들이 몸을 추스린다
순간 당도하지 못한 것들이 당도하고 있다 한때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빗금이 사선으로 번져 나간다 자꾸만 어긋난 바닥에 평면들이 페이지로 엉겨 단단해 지고
김덕현 시인 / 눈은 내리고, 눈은
젖은 버스가 길다 눈이 내린다 지하철이 종로 3가 로, 눈은 내리고 종각 지나 시청, 눈에 내린다 눈이 눈을 맞는다 카톡, 카톡 눈을 갈아타세요
"내일의 주인공을 위해 양보하세요" 눈사람 하나 눈을 감고 흰 눈을 뒤집어 쓴 눈이 졸고 있다 작은 눈사람이 걸어간다
천천히 가라앉는다 거리는 비처럼 폭설, 나는 흰 도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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