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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상희구 시인 / 추석대목장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28.

상희구 시인 / 추석대목장날

 

 

아첨 무운 지가 언젠데

자(場)아 한분 갈라카마

꾸무대기로 미렁티이 곰 겉은

칠복이 엄마가 인자 재와

시장바닥을 들어서는데

 

-엄마야! 저 사람들 좀 보래이

기상토 않 하구마는

내사마, 장 보로 온 기 앙이고

사람 귀경을 왔구마는

-헷헤이 참, 와 자꼬

남우 발은 밟아쌓능교

내 발등더리가 디딜빵아가?

자꼬 밟꾸로

 

-허헛참, 어데다가

자꼬 대갈빼기로 디리대노

여게가 너거 안빠이가?

-안사돈이 밉어마

안사돈 등더리로 밀지

와 자꼬 낼로 밀어쌓능교?

캐사민서 여게저게서

소리로 냅다 지린다

 

*꾸무대기로 미렁티이 곰 겉은: 꾸물대기를 미련한 곰 같은

*발덩더리: 발등

*대갈빼기: 머리통

 

-시집 2집 대구의 장터풍물 편 『추석대목장날』

 

 


 

 

상희구 시인 / 오이 아나 가이 아나

 

 

  이른 새벽

  갑재기 중풍으로 쓰러진

  엄마를 볼라꼬

  서울 사는 막내이 아들이

  득달겉치 딜이닥친다

 

  엄마는 벌써 아문가문하다

 

  이모가 눈물을 찍어미

 

  ―아이고 성님요,

  눈 좀 떠 보소

  서울서 칠복이가 왔구마!

  우짯꼬,

  당최 사람이

  오이 아나

  가이 아나

 

  —『개살이 똑똑 듣는다』(오성문화, 2015)

 

 


 

상희구 시인

1942년 대구에서 출생. 1987년 《문학정신》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발해기행』(문학세계사, 1989), 『요하의 달』(문학세계사, 1996), 『숟가락』(천년의시작, 2008),『大邱』(황금알, 2012) 등이 있음. 1998년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현재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