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고성만 시인 / 앵두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28.

고성만 시인 / 앵두

 

 

활짝 웃어도 찡그려도 한결같이 어여쁜 꽃아꽃의 정령들아

어디 숨었니 모습을 보여다

오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 나는 단단한 몸 가진 총 하나 구하여 닦고 또 닦는다 으르렁거리는 짐승처럼 탕.

고막 찢을 듯 뛰쳐나갈 이 날렵한 총알들 어루만지며 왜 사랑은 희생을 요구하는지

점점 뜨거워지는 숨결로 너의 발아래 무릎 꿇고 손 내민다

붉고 하얀 빛을 다오 아슴아슴 시원한 열매를 다오 갈수록 목마른 내게영원한 갈증을 다오

 

-시집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여우난골, 2021

 

 


 

 

고성만 시인 / 개

 

 

소리조차 가는 비 가슴 적신 봄날 아침

 

팔짝팔짝 검둥개 밥그릇 채우면서

 

너 어찌

내 속을 알랴

중얼중얼 어머니

 

 


 

 

고성만 시인 / 포클레인

 

 

붉은 바퀴 자국을 새기며 달려간다

 

피는 차고 거친 호흡

망설임도 후회 없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 표표히 떠나는 그

 

공사장 뒤 모퉁이 서럽게 울면서

 

한 숟갈 한 숟갈

떠서 담는

밥그릇

 

목숨이 부대낄 때면

기어서 다가간다

 

<파란.만장> 고요아침 2020

 

 


 

고성만 시인

1963년 전북 부안에서 출생. 1993년 《광주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고부에서 보낸 일년>이, 1998년 《동서문학》 신인상에 시 〈섬, 검은 옷의 수도자〉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와 시조집 『파란, 만장』 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