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 시인 / 당신 사랑 앞에
말씀이 뜨거이 동공에 불꽃튀는 당신을 마주해 앉으리까 라보니여 발톱과 손가락과 심장에 상채기진 피 흐른 골짜기의 조용한 오열 스스로 아물리리까 이 상처를 라보니여. 조롱의 짐승소리도 이제는 노래 절벽에 거꾸러 짐도 이제는 율동 당신의 불꽃만을 목구멍에 삼킨다면 당신의 채찍만을 등빠대에 받는다면 피눈물이 화려한 고기 비늘이 아니리까 라보니여 발광이 황홀한 안식이 아니라까 라보니여
박두진 시인 / 바다가 바라 뵈는 언덕의 풀밭
벗꽃이 조금씩 제절로 흩날리는 바다가 바라 뵈는 언덕 풀 밭에 잠자는 꽃에 물든 바람이어. 아직은 땅 속에 잠자는 폭풍이어. 그, 비둘기는 깃쭉지, 작은 羊은 목 줄기에서 지금은 죽음, 소년과 아낙네와 젊은이의 피 뿌림의 꽃잎보다 더 고운 따스한 피의 소리. 그 위에 무성하는 풀뿌리 밑의 울음소리. 가늘은 넋의 소리. 간간한 사투리소리. 그 풀 언덕 바다가 바라 뵈는 조금씩 흩날리는 꽃이 흩는 풀밭 속에 지금은 죽음, 손으로 눈을 가린 봄. 햇살. 날아 올라보고 싶은 비둘기여. 뛰엄뛰고 싶은 羊들이어. 살고 싶은 소년이어. 울어보고 싶은 아낙네여. 말 해 보고 싶은 젊은이여.
박두진 시인 / 별
아아 아득히 내 첩첩한 산길 왔더니라. 인기척 끊이 고 새도 짐승도 있지 않은 한낮 그 화안한 골길을 다 만 아득히 나는 머언 생각에 잠기여 왔더이라
백엽 앙상한 사이를 바람에 백엽 같이 불리우며 물 소리에 흰 돌 되어 씻기 우며 나는 총총히 외롬도 잊고 왔더니라
살다가 오래여 삭은 장목들 흰 팔 벌이고 서 있고 풍 운에 깍이어 날선 봉우리 훌훌훌 창천에 흰 구름 날 리며 섰더니라
쏴아 - 한종일내 - 쉬지 않고 부는 물소리 안은 바람 소리 ... 구월 고운 낙엽은 날리여 푸른 담 위에 흐르르르 낙화 같이 지더니라.
어젯밤 잠자던 동해안 어촌 그 검푸른 밤하늘에 나 는 장엄히 뿌리어진 허다한 바다의별드르이 보았느니.
이제 나의 이 오늘밤 산장에도 얼어붙는 바람 속 우러르는 나의 하늘에 별들은 쓸리며 다시 꽃과 같이 난만하여라.
박두진 시인 / 사랑이 나무로 자라
바다로 돌담을 넘어 장미가 절망한다 이대로 밤이 열리면 떠내려가야 할 끝 그 먼 마지막 언덕에 닿으면 꽃 등을 하나 켜마.
밤별이 총총히 내려 쉬다 날아간 풀 향기 짙게 서린 바닷가 언덕 금빛 그 아침의 노래에 하늘로 귀 쭝기는 자유의 전설이 주렁져 열린 나무 아래 앉아 쉬거라.
사랑이 죽음을 죽음이 사랑을 잠재우는 얼굴은 꿈, 심장은 노래 영혼은 기도록 가득 찬 또 하나 바벨탑을 우리는 쌓자.
파도가 절벽을 향해 깃발로 손짓하고 사랑이 나무로 자라 별마다 은빛 노래를 달 때 그 커다란 나무에 올라 비로소 장미로 지붕 덮는 다시는 우리 무너지지 않을 눈부신 집을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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