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시인 / 연꽃이었다
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
신석정 시인 / 화석이 되고 싶어
하늘이 저렇게 옥같이 푸른 날엔 멀리 흰 비둘기 그림자 찾고 싶다
느린 구름 무엇을 노려보듯 가지 않고 먼 강물은 소리 없이 혼자 가네
뽑아 올린 듯 밋밋한 산봉우리 곡선이 또렷하고 명항한 날이라 낮달이 더욱 희고나
석양에 빛나는 까마귀 날개같이 검은 바위에 이런 날엔 먼 강을 바라보고 앉은 대로 화석이 되고 싶어......
신석정 시인 / 봄의 유혹
파란 하늘에 흰 구름 가벼이 떠가고 가뜬한 남풍이 무엇을 찾어내일 듯이 강 너머 푸른 언덕을 더듬어 갑니다
언뜻언뜻 숲새로 먼 못물이 희고 푸른 빛 연기처럼 떠도는 저 들에서는 종달새가 오늘도 푸른 하늘의 먼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시내물이 나직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아지랑이 영창 건너 먼 산이 고요합니다 오늘은 왜 이 풍경들이 나를 그리워하는 것 같애요
산새는 오늘 어데서 그들의 소박한 궁전을 생각하며 청아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겠읍니까? 나는 지금 산새를 생각하는 '빛나는 외로움'이 있읍니다.
임이여 무척 명랑한 봄날이외다 이런 날 당신은 따뜻한 햇볕이 되어 저 푸른 하늘에 고요히 잠들어 보고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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