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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허호석 시인 / 우리가 닦는 고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 22.

허호석 시인 / 우리가 닦는 고리

 

 

역사는

연결된 긴 고리

 

우리는

우리의 고리를 닦는

작은 청소부들

 

게으르면 녹슨다.

열심히 닦자.

천년이고

만년이고

반짝이는 고리가 되게 하자.

 

위로 한 번 보아라.

간혹은 녹슨 곳도 있지만

자랑스럽도록

길고

빛나는 고리에

저마다 아름다운

장식을 달아 놓았다.

 

고구려 사람은 씩씩한 기상을 달아 놓았고

신라 사람은 섬세한 예술을 달아 놓았다.

고려청자도 있고

한글도 있고

3·1정신도 달려있다.

 

우리가 닦는

우리의 고리에

무엇을 달까?

 

우리 함께

남북통일을

달지 않으련?

 

 


 

 

허호석 시인 / 산열매

 

 

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

맑은 물소리가 알알이 박혀 있다

 

그 물소리 하나 똑 따서

입에 넣으면

아! 새콤한 산의 향기

 

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

맑은 햇살이 알알이 박혀 있다

 

그 햇살 하나 똑 따서

입에 넣으면

아! 사르르 녹는 빨간 해.

 

 


 

허호석(許琥錫) 시인

1937년 전북 진안 출생. 서울문리사범대를 졸업. 38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1977년 『아동문예』에와 1983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 저서로는 동시집 ,<하얀비>, <산울림>, <바람의 발자국>, <불꽃놀이>, <풀꽃목걸이>, 시집 <햇살의 첫 동네>, <청소년 시선집>, <산벚꽃>, 국민훈장(석류장) 수훈, 문교부장관상, 한국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전북문화상, 전북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국제 Pen 클럽회원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회원, 진안예총 명예회장,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