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철 시인 / 각도백화점 주차장 앞에서
90도 허리를 굽히는 아들아 아서라 창창한 너의 미래를 누가 그리 낮추라고 하더냐 네 꿈은 훤칠하고 얼굴은 달 같은 이상 눈빛은 별보다 반짝이건만
허리를 굽히는 젊음아 그렇게까지 숙이는 건 아니라네 어쩔 수 없다고? 그래도 중심을 꺾는 건 아니라니까
아비도 주먹 앞에 고개를 꺾고 탈바가지처럼 때로 비굴하게 웃으며 살아왔다만
신원철 시인 / 인문학 밥상
책은 써봤자 팔리지도 않고 학생들도 수업을 외면하고 돈 안 된다며 대학에서는 자꾸 줄이라고 하고 한숨을 쉬며 어깨를 늘어뜨리던 문학, 역사, 철학에 투자한 일생
백발이 되고 머리가 벗겨질 때까지 혼자 좋아서 했다만 지금도 골똘히 생각에 잠긴 철학전공 학장 고인돌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고고학전공 학장
분노를 안주삼아 마시던 속을 달래며 대구 계산동 숨은 밥상에 깔끔하게 차려진 고들빼기, 씀바귀, 달래무침 나물반찬들 고기는 없다 막걸리 잔과 가지런한 접시들 사이로 젓가락이 바빠지는
한옥식당의 툇마루 밑 작은 정원에 소당하게 피어난 빨간 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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