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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례 & 미사783

[전례 탐구 생활] (58) 영성체 ① 손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다 [전례 탐구 생활] (58) 영성체 ① 손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다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오늘날에는 신자들이 성체를 손에 받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제단과 신자석을 가르는 난간 앞에 무릎을 꿇고 입으로 성체를 받아 모셨습니다. 중세 이후 천 년 가까이 유지된 관습이다 보니 평신도가 손으로 성체를 만지는 것은 절대 금기처럼 여겼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닙니다. 4세기 말 예루살렘에서는, 새로 세례를 받은 사람들에게 두 손을 내밀어 왕을 모시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치도록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주의: 오늘날에는 그 반대로, 즉 오른손으로 왼손을 받쳐, 축성된 제병을 오른손으로 집어 입에 옮겨 모셔야 합니다). 교회가 이와 같은 관습을 제한하.. 2021. 8. 19.
[전례 탐구 생활] (57)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전례 탐구 생활] (57)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사제가 성찬의 빵을 성반이나 성작 위에 들어 신자들에게 보이며 그리스도의 잔치에 참여하도록 초대하면, 신자들은 사제와 함께 복음서에 나오는 말씀으로 자신을 낮추는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이 전례문은 카파르나움에서 예수님께 자신의 종을 낫게 해 달라고 청한 어느 백인대장의 입에서 나온 겸손과 신뢰의 말에서 가져왔습니다. 마태오 복음 8장 8절의 문장을 한 단어 (‘제 하인’)만 바꿔(‘제 영혼’) 사용합니다. 다만 우리말 번역문에서는 단어 하나가 더 바뀝니다. 라틴어 원문은 성경의 표현대로 “제 지붕 아래로(su.. 2021. 8. 11.
[전례 탐구 생활] (56)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전례 탐구 생활] (56)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영성체 준비 기도를 마친 사제는 깊은 절을 한 다음, 성체를 성반이나 성작 위에 조금 높이 받쳐 들고, 교우들을 향하여 말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부른 이는 세례자 요한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요한은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하고 말했습니다(요한 1,29). 그 이튿날에도 요한은 다시 그곳에 서 있다가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자기 제자 두 사람에게 똑같이 말했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36). 요한이 이렇게 말한.. 2021. 8. 4.
[전례 탐구 생활] (55) 사제의 영성체 준비 기도 [전례 탐구 생활] (55) 사제의 영성체 준비 기도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교우들이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하는 동안 사제는 축성된 빵을 쪼개고 작은 조각을 떼어 성작 안에 넣은 다음,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고 구원을 얻도록 속으로 기도하며 준비합니다. 미사 경본에는 두 개의 기도문이 제시되어 있고, 사제는 둘 중 하나를 바칩니다. ①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께서는 성부의 뜻에 따라 성령의 힘으로 죽음을 통하여 세상에 생명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이 지극히 거룩한 몸과 피로 모든 죄와 온갖 악에서 저를 구하소서. 그리고 언제나 계명을 지키며 주님을 결코 떠나지 말게 하소서. ②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이 제게 심판과 책벌이 되지 .. 2021. 7. 25.
[문화사에 따른 전례] 카롤링거왕조 시대의 성당 건축(751-843년) [문화사에 따른 전례] 카롤링거왕조 시대의 성당 건축(751-843년)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 중세의 건축양식을 둘로 나누면 전반부는 로마네스크(900-1070년)이고 후반부는 고딕(1120-16세기 중반)인데, 로마네스크 시작 이전에 중세 건축의 징후가 나타난 현상들을 모아서 ‘프레로마네스크’(pre-romanesque)라고 부르기도 한다. 카롤링거왕조는 751년부터 프랑크왕국을 통치했다. 843년에 이르러 프랑크왕국은 베르됭조약으로 카롤루스대제의 세 손자에 의해 서프랑크왕국, 중프랑크 왕국, 동프랑크왕국으로 분할되었다. 세 왕국은 오늘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토대가 되었다. 건축사에서 프레로마네스크가 중요한 시기는 카롤루스대제가 통치했던 768-814년이다. 고대 로마의 영향에서 시작한 프레로마네.. 2021. 7. 24.
[전례 탐구 생활] (54) 하느님의 어린양 [전례 탐구 생활] (54) 하느님의 어린양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사제가 성반 위에서 빵을 떼고, 작은 조각을 성작에 섞는 예식을 수행하는 동안 신자들은 ‘하느님의 어린양’을 바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우리를 하느님 어좌 앞으로 데려가는 또 다른 전례 노래입니다. 이 전례문을 바칠 때 우리는 예수님을 승리하신 어린양으로 찬양하는 천사들의 무리와 하나 됩니다. 성 요한의 묵시록은 그 광경을 이렇게 그리고 있습니다. 나는 또 어좌와 생물들과 원로들을 에워싼 많은 천사들을 보고 그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들의 수는 수백만 수억만이었습니다. 그들이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살해된 어린양은 권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영예와 영광과 찬미를 받기에 합당하십니다.” 그리고 나는 하늘과 땅 위와.. 2021. 7. 23.
[문화사에 따른 전례] 로마 전례의 게르만화(750-1073년) [문화사에 따른 전례] 로마 전례의 게르만화(750-1073년)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 로마 전례서들은 그리스도교가 전래되자마자 상당히 이른 시기에 프랑스-독일 지역에 전해졌다. 여기에는 「젤라시오 성사집」, 「그레고리오 성사집」, 「로마 예식서」 등이 포함된다. 이 전례서들은 이미 수세기 전부터 독자적으로 존재했고 꽃핀 갈리아 전례와 만났다. 이는 다방면에 걸쳐 상호 영향을 미쳤으며, 이 교류의 열매는 로마로 재수입되어 몇 가지 토착화 과정을 거친 뒤 중세 로마 전례로 발전되었다. 이러한 교환과 이동의 역사는 구체적으로 성사집, 예식서, 독서집, 성가집 등의 이동에 관한 역사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로마 전례의 게르만화’라고 하는데, 프랑크왕국의 카롤링거왕조와 깊이 연관된다. 카롤링거왕조와 교회의 연합.. 2021. 7. 22.
[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공경의 의미(6월 12일) [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공경의 의미(6월 12일)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광주대교구 대치성당 주임) 교회는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다음날을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신심 기념일’로 지낸다. 성모 성심 공경은 17세기 프랑스의 성인 장 에드(Jean Eudes, 1601-1680)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성인은 교황 레오 13세부터 비오 10세 재임기간 중 예수 성심과 마리아 성심의 스승이요 사도로 불리던 인물입니다. 예수 성심 축일을 지내기 20년 전부터 제자들과 함께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을 공경하였습니다. 성모 성심 공경은 19세기에 와서 별도로 날을 잡아 기념하기 전까지는 예수 성심 미사를 통해 전례 안에 들어왔습니다. 성모 성심에 대한 신심은 1917년.. 2021. 7. 21.
[전례 탐구 생활] (53) 빵 나눔 예식 [전례 탐구 생활] (53) 빵 나눔 예식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평화의 인사를 나눈 다음 사제는 축성된 빵을 들어 성반에서 쪼개고, 작은 조각을 떼어 성작 안에 넣으며 속으로 이렇게 기도합니다. “여기 하나 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이를 받아 모시는 저희에게 영원한 생명이 되게 하소서.”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 따르면, 이 예식은 “구원을 이루시는 주님의 몸과 피의 일치, 곧 살아 계시고 영광을 받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의 일치”를 표현합니다(83항), 성작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일치는 그분의 부활을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받아 모시는 주님의 몸과 피는 그분의 지상 육신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몸입니다. 우리는 생살을 뜯어 먹는 ‘식인종’이 아니라.. 2021. 7. 8.
[전례 탐구 생활] (52)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방법 [전례 탐구 생활] (52)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방법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초기 교회에서는 서로 입을 맞추어 평화를 빌어주었습니다. 사도들도 자주 권고합니다. “여러분도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1베드 5,14). “여러분도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1코린 16,20; 로마 16,16; 1테살 5,26 참조). 신자들은 이 권고에 충실히 따라, 형식적인 포옹이나 악수 정도가 아니라 진짜 입맞춤으로 인사하였습니다. 당시에도 주로 친숙한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입을 맞춰 인사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그리스도인들은 교회가 하느님 안에 이루어진 ‘새로운 가족’이라는 사실을 몸짓으로 선포하고자 입맞춤으.. 2021. 6. 17.
[문화사에 따른 전례] 성찬 신학의 발전(4-8세기) [문화사에 따른 전례] 성찬 신학의 발전(4-8세기)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 따스한 봄이 되면 각양각색의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듯이, 교회사의 봄과도 같은 4-8세기 그리스도교는 신자수, 체계, 교리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여 신학적 다양성도 풍성해졌다. 성찬 신학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성찬례와 상당한 연속성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앞으로 일어날 더욱 놀라운 변화를 준비하는 사목과 신학의 진화가 담겨 있다. 그리스도인의 삶과 연결된 성찬례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그리스도의 삶처럼, 그 자체로 살아있는 찬양의 제사가 되어야 한다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성찬 신학은 교부들이 사용한 몇 가지 중요한 주제에서 발견된다. 예컨대, 성찬례를 제사의 용어로 표현하는 것과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 있는 제사로 이해하는.. 2021. 6. 16.
[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5월 31일) [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5월 31일)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광주대교구 대치성당 주임) 그 아름답고 거룩한 만남의 의미 가장 좋은 시절 5월은 성모성월이며, 교회는 그 마지막 날인 5월31일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로 지낸다. 마리아가 천사의 계시로 친척 언니 엘리사벳이 아기를 잉태하였음을 알고 예루살렘 남쪽 유다 산골에 찾아가 나눈 기쁨의 상봉을 기리는 날이다(루카 1,39-56 참조). 우리는 이 축일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을 본다. 그리고 소박한 두 여인의 기쁨과 감사에 넘친 만남에 흐르는 그 은혜로움과 의미에 깊이 젖어 들게 된다. ‘성모 찬송’(Magnificat)이라는 찬미가를 낳은 이 방문의 성서 이야기가 중세기 신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 2021.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