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15179 최승호 시인 / 무지개 외 5편 최승호 시인 / 무지개 흰 대머리바위들을 적시며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가더니 인왕산 위에 무지개 떴다 동물원 우리에서 보았던 앞뒤가 영 딴판인 공작새 부채 같은 꼬리 깃털들 떠오른다 .. 2025. 6. 17. 도종환 시인 / 눈물 외 5편 도종환 시인 / 눈물 눈물이 하는 말을 들어라 네가 아픔으로 사무칠 때 눈물이 조그맣게 속삭이던 말을 잊지 마라 눈물이 네 얼굴에 쓴 젖은 글씨를 잊지 마라 눈물은 네가 정직할 때 너를 찾아왔었다 네 마음의 우물에서 .. 2025. 6. 17. 서안나 시인 / 계산서옥도 외 5편 서안나 시인 / 계산서옥도* 한발 오르면 떠나는 자의 세계요 내려서면 눈 감은 자의 세계라 방문 열고 물가를 바라보는 사람 황포 돛대 올려 떠나는 정인이 포구에 두고 간 .. 2025. 6. 17. 우원호 시인 / 광개토대왕 외 2편 우원호 시인 /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 1000여년전에는 중국의 광활한 저 북만주 일대까지 모두 고구려의 땅이었다 한반도서 그곳까지 정벌하여 삼족오三足烏의 깃발을 하늘 높이 당당하게 휘날렸던 곳이었다 전쟁터에 나설 때마다 백전백승 연승의 신화를 이룩했던 이 세상의 그 어느 왕보다도 용맹스런 왕이지만 .. 2025. 6. 17. 문효치 시인 / 길 외 5편 문효치 시인 / 길 길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찾지 못했을 뿐이다 나비는 허공을 방황하면서 꽃을 찾고 곰은 숲을 헤매면서 집으로 간다 길은 숨어서 네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2025. 6. 16. 홍일표 시인 / 눈사람 유령 외 7편 홍일표 시인 / 눈사람 유령 심장이 없고 갈비뼈도 없는 사람 이후의 사람 사람 이전의 사람 누군가가 하늘이 낳은 미래라고 부르기도 하지 분명한 건 없지 분명하고 단단할수록 거짓이.. 2025. 6. 16. 오정국 시인 / 금서 외 6편 오정국 시인 / 금서(禁書) 불탄 집의 잿가루에서 꺼내 온 이 문장은 번갯불의 타버린 혀이다 산 계곡의 얼음장이 갈라터지는 밤, 저수지 저쪽 기슭에서 뻗쳐오던 힘과 이쪽에서 뻗어가던 힘이 맞부딪힌 자리, 순식간에 얼음 밑바닥까지 칼금처럼 새겨지는 이 문장은 .. 2025. 6. 16. 주민현 시인 / 그림 없는 미술관 외 6편 주민현 시인 / 그림 없는 미술관 아직 전시가 시작되지 않은 미술관을 거닐며 당신과 나는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지구 저편에 있는 그림 없는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었어요 미술관에 그림이 없다면 무엇이 전시될까요 .. 2025. 6. 16. 진은영 시인 / 거기 외 7편 진은영 시인 / 거기 자꾸 밀어내도 빠르게 돌아온다 회전문, 자의식, 컴컴한 창문 여러 개 달린 너의 셋집에서 날아오는 냄새 비가 잿빛 가지 사이로 투명한 낚싯바늘을 드리운다 나의 고무장화가 거꾸로 매달린다 거기, 뒤집힌 조끼 주머니에.. 2025. 6. 16. 허민 시인 / 강아지풀 외 15편 허민 시인 / 강아지풀 소주병이 비석 대신 거꾸로 박혀있는 외로운 무덤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강아지풀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 콧수염은 머리에 꼬리를 달고 태어난 슬픈 짐승이 되었다 꼬리가 되지 말고 머리가 되어야지, 하는 지난 말씀들은 왜 그리도 어려운가 .. 2025. 6. 15. 한명희 시인 / 대유목 시대 외 10편 한명희 시인 / 대유목 시대 나의 땅이 아니니 집을 짓지 않습니다 나의 대통령이 아니니 투표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주관한다지만 나의 신이 아니기에 기도하지 않습니다 .. 2025. 6. 15. 장정욱 시인 / 까만 입술로 말을 걸어 왔네 외 10편 장정욱 시인 / 까만 입술로 말을 걸어 왔네 한 움큼 오디를 따며 돌아보는 눈동자 속엔 내가 모르는, 누구지? 이름들로 먹먹한 묘비 뒷면 남기지 못한 유언도 향기롭게 익어 가는데 당신의 동공이 어제보다 더 물컹해 졌어 눈을 비벼 .. 2025. 6. 15. 이전 1 2 3 4 5 ··· 12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