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15584 장상관 시인 / 철거지대 외 8편 장상관 시인 / 철거지대 공단 수은등이 형형한 눈빛 쏟아내면 나는 검정 파도를 끌어 덮는다 어둠의 등살에 몇 집 더 짐을 싸고 수상한 비가 동동 빈 지붕을 구를 동안 바람은 식은 방문 열고 들락거리며 나도 어쩔 수 없는 녹슨 돌쩌귀 삐걱거리는 .. 2025. 7. 27. 이은심 시인 / 양철지붕 옛집 외 8편 이은심 시인 / 양철지붕 옛집 기차를 타고 그 집에 갔네 세월과 내가 김밥과 단무지처럼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며 보릿고개를 넘어갔네 탱자나무 울타리 가난을 다 가리지 못하였으나 그 그늘에서 염소는 날마다 코피처럼 우유를 쏟아야 했고 .. 2025. 7. 27. 함민복 시인 / 참개구리 외 8편 함민복 시인 / 참개구리 부처님이 배꼽 같은 연꽃 위에 앉아 중생들의 고충 큰 귀로 삼키며 번지는 미소로 처방전을 내놓듯 연못 위 착 깔린 수련잎에 가부좌를 튼 참개구리 뭔 말씀 좀 있으려나 기다리는데 .. 2025. 7. 27. 이선이 시인 / 저물녘 외 7편 이선이 시인 / 저물녘 가난한 이들은 제 그림자를 술잔에 부어 마신다 나의 식탁은 온종일 메고 다닌 비통으로 잔이 넘치고 터진 입술 위로 돋는 혓바늘 술잔에서 실을 뽑아 .. 2025. 7. 27. 김희숙 시인 / 순장 외 7편 김희숙 시인 / 순장 고등어는 두 마리가 한 손이다 조금 큰 고등어가 조금 작은 고등어를 꼭 안고 있다 함께 절여지고 있다 저것은 어느 순장의 형태인가 조금 큰 고등어를 위해 조금 작은 고등어가 순장이 된 것일까 .. 2025. 7. 27. 김광규 시인 / 나뉨 외 5편 김광규 시인 / 나뉨 소형 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오도 가지 못하도록 주상복합 고층 아파트 입주자들이 통로를 막고 길에 철조망을 쳤다 그렇다 우리는 옛부터 나누어진 겨레 .. 2025. 7. 27. 전영관 시인 / 갈대밭에서 외 7편 전영관 시인 / 갈대밭에서 물오리가 유년의 바람과 숨바꼭질하다가 떨어뜨린 깃털 빛바랜 햇빛 한 조각 덮고 파르르 떨며 졸고 있네. 갈대숲 헤치고 닫힌 기억의 문 열면 감춰두었던 비밀들이 하얀 알에서 부화되어 .. 2025. 7. 26. 허연 시인 / 제의 외 7편 허연 시인 / 제의 강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떠나보낼게 많은 사람이다. 폭우 지나간 철제 다리 위로 이국처럼 노을이 진다. 쓰레기봉투 몇 개 떠다니는 몸집 불린 강을 내려다본다. 오늘도 강에선, 누구는 몸을 던졌고 누구는 떠올랐고, 누구는 몇 달도 못갈 사랑을 읊조렸다. 제물은 늘 필요하다. 몇은 이번 장마의 제물이 됐고, 한 겹의 뻘이 되어 하구 모래톱에 .. 2025. 7. 26. 박유라 시인 / 은행털이 외 8편 박유라 시인 / 은행털이 물컹 밟히는 햇살 소실되어가는 한 점 가을 은행銀杏 한 자락씩 바람을 매만지며 별자리에 관한 책을 읽던 도중 황도 십이궁 천칭자리 동쪽 끝 은행과 별 사이 걸린 고요, .. 2025. 7. 26. 김연종 시인 / 밥그릇 외 6편 김연종 시인 / 밥그릇 곱사등이 이간난 할머니가 드디어 허리를 폈다 사막이 낙타처럼 평생 밥그릇 등에 지고 살다가 숟가락과 함께 가만히 밥그릇 내려놓았다 밥이 하늘이라고 굳게 믿고 한시도 놓지 않았던 저 .. 2025. 7. 26. 마광수 시인 / 경복궁 외 7편 마광수 시인 / 경복궁 경복궁 구석구석에는 얼마나 많은 정액과 핏물이 묻어있을까 왕들의 음탕한 욕정은 백성들의 피땀을 빨아 정성들여 키운 정력에서 나왔겠지 어린 궁녀들의 아랫도리를 물들이고도 백성들의 .. 2025. 7. 26. 이영재 시인 / 사실들 외 7편 이영재 시인 / 사실들 외야에 앉아 있다 이 좌석엔 고유의 번호가 있다 티켓은 팔천 원이다 매표원을 부스 밖에서 만난 적이 없다 모자를 썼다 손목시계는 없다 모자를 썼다 손목시계는 없다 저 새는 비둘기가 아니다 .. 2025. 7. 26. 이전 1 2 3 4 5 6 7 8 ··· 12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