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15262 이시영 시인 / 이야기 외 7편 이시영 시인 / 이야기 "밤사이 시영이가 왔다 간 모양이시. 고연놈, 밝은 날 올 것이지 해필이면..." "아직 초저녁이던디 뭘 그러요. 서울이 여그서 얼매나 머요. 나는 여그 앉아 갸가 들가운데로 훵하니 택시를 타고 와서 꾸벅 절허고 후적후적 걸어 나가는 걸 다 봤" "......" "나 앞에는 술을 두 잔씩이나 따라놓았습디다." "그건, .. 2025. 6. 26. 정민나 시인 / 연기 외 6편 정민나 시인 / 연기 사이렌 울긋불긋 폭발하는 밤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를 누군가 신고한 모양인데 저 리얼한 演技는 안개 낀 날 솟아오르는 煙氣라서 그 벽 아래 물에서 자라는 속새는 얇은 대궁이 가는 막대기처럼 흔들리네 불도 .. 2025. 6. 25. 이서화 시인 / 조율 외 5편 이서화 시인 / 조율 놀이터에서 아이가 넘어지자 울음이 몸 밖으로 확 쏟아져 나온다 엄마의 품에 안긴 아이, 아코디언 같다 오래전 불안의 연주에 울어 본 기억이 있다 집을 묻고 엄마를 묻고 이름을 묻던 불안의 한때를 기억한다 .. 2025. 6. 25. 윤의섭 시인 / 거울 속의 불 외 6편 윤의섭 시인 / 거울 속의 불 코가 막혀서 숲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 내가 갇힌 걸까 숲이 갇힌 걸까 어느 미술관 화랑 천장에선 십자가 모양의 틈으로 햇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2025. 6. 25. 이하석 시인 / 연어 외 6편 이하석 시인 / 연어 연어떼가 올라오는지 오십천 물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갈매기 발을 차게 간질인다. 자갈 틈새로 흐르는 구름이 여울지게 자지러지고 강은 들뜬다. 연어들이 돌아온다 거슬러오르는 언어 같은 걸.. 2025. 6. 25. 천융희 시인 / 공동체 외 6편 천융희 시인 / 공동체 직감이 예감을 앞지를 때 오늘의 한가한 틈으로 걷잡을 수 없는 내일이 몰려든다 도서관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고 물론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 각각 도달 지점에 대하여는 불문율이다. 슬리퍼 끄는 소리에 자동문이 여닫히고 점점 사라지는 곳 야생의 의자는 농후한 자세로 추론적이고 손이 닿지 않는 책들이 벽의 사면을 붙.. 2025. 6. 25. 정선 시인 / 무창포(無唱浦) 레퀴엠 외 5편 정선 시인 / 무창포(無唱浦) 레퀴엠 그즈음 맹골 바다에는 물루미 떼가 리듬을 잠식했네 점액질은 바다의 건반을 훼방 놓고 빛깔 잃은 황금빛 자리돔은 물속을 부유했지 시건방진 계절 탓에 눈물이 무감한 날들 난 모른 척 탬버린을 찰랑댈 수 없었어 연두 .. 2025. 6. 25. 오유정 시인 / 수목장 외 5편 오유정 시인 / 수목장 산중턱 참나무 아래 아버지를 묻는다 내 손 놓지 못하던 情 끊어내려 평평한 무덤 힘껏 두드리면 가늘고 질긴 행살 툭툭 끊긴다 그 진동에 땅이 깨어나고 나무뿌리 흔들린다 참바람 견디느라 돌돌말린 잎들 무덤 위로 모.. 2025. 6. 24. 안도현 시인 / 북행 외 5편 안도현 시인 / 북행 북, 이라는 글자는 우물의 얼음처럼 검지 북, 이라고 쓰고 북쪽을 생각하면 캄캄해지지 그렇다고 해도 아까시 꽃이 필 때 꽃을 따라 북으로 가는 트럭들 좀 생각해 봐 그 운전사에게는 북행이 참말로 환했을 거야 볕은 장글장글 따사롭고 바람은 솔솔 보드라운.. 2025. 6. 24. 유안진 시인 / 천국 외 8편 유안진 시인 / 천국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과천 현대미술관 앞산 골짜기 먹이 찾는 토끼 다람쥐.... 이름 모를 맷새들 바람 없이도 눈가루 터는 마른 갈대 마른 향기 나만 없어지면 여기가 .. 2025. 6. 24. 박형준 시인 / 원앙 외 5편 박형준 시인 / 원앙 나무는 시간처럼 공중에서 우는 듯한 나이테를 만들기만 했다 내 손바닥의 나이테 한 사람이 남긴 호수, 빛나는 오수午睡 원앙들은 어디서 왔을까 돌무더기에 .. 2025. 6. 24. 김현신 시인 / 기타소리 외 5편 김현신 시인 / 기타소리 한낱, 꽃인가 기도인가 뼈인 듯, 별인 듯, 선율인 듯, 어깨는, 목이 떨군 천공이 얹혀있는 듯 눈, 코, 잎, '늙은 기타리스트'* 머리 .. 2025. 6. 24. 이전 1 2 3 4 5 6 7 ··· 12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