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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15375

정양숙 시인 / 그리움 외 5편 정양숙 시인 / 그리움 ​ 밖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서늘한 바람이 창문을 덜컹이면 양털 같은 따스함을 그리워하네 세상 욕심과 즐거움 부질없어 영원의 뜰에 심은 우리의 꿈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멀리.. 2025. 7. 9.
지하선 시인 / 생명 외 5편 지하선 시인 / 생명 산기슭에 비스듬 기대어 서있는 고사목 이별의 고통도 잊은 지 오래 앉았던 새들도 흠칫, 날아가 버린다 발목에서 내려온 온기가 잠시 을씨년스럽다 천둥 번개 먹구름 빙점의 세월까지 다 쏟아내고 앙상한 가지를 풍장하는 .. 2025. 7. 9.
최명란 시인 / 점안식 하는 날 외 5편 최명란 시인 / 점안식 하는 날 춘천시 의암호 근처 그 어디쯤을 지나다가 장승을 빚고 있는 한 사내를 만났던 것이다 사내는 마무리 칼질을 하기 위해 장승의 눈자위를 다듬고 있었는데 마침 점안식 하는 날이라고 한다 장승을 두고 점안식 한다는 말은 금시초문 얼씨구 이것이 바로 부처를 만나는 길.. 2025. 7. 9.
이낙봉 시인 / 서정시 외 5편 이낙봉 시인 / 서정시 겨울의 북한강이 차다 얼음구멍으로 세속 다툼 담근 노인의 어깨가 바닥에 엎드린 물고기들이 해질녘의 고요가 눈부시다 가창오리들이 날아간다 자갈자갈자갈 자갈대는 소리 .. 2025. 7. 9.
김이강 시인 / 침수 외 5편 김이강 시인 / 침수 어찌보면 전공투 대원 같기도 한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앉아서 당신은 말하네 그저 이것저것 헤엄치는 법에 대해 크레인 내부와 바깥에 대해 어떤 견딜 수 없는 감정에 대해 멈칫하는 순간과 두통의 시간에 대해 .. 2025. 7. 9.
한연희 시인 / 딸기해방전선 외 4편 한연희 시인 / 딸기해방전선* 딸기가 점점 썩어버렸다 그런 당연한 일들이 벌어지곤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맨 처음 딸기를 수북하게 담은 날이 떠올랐다 누구의 집이었지 재미없는 삶이었지 아니 .. 2025. 7. 8.
전선용 시인 / 복숭아 외 5편 전선용 시인 / 복숭아 달이 몰락한 골목에서 떨어진 유년을 줍는다 술 취한 사내가 더위에 끌려가는 언덕배기 복숭아를 담은 봉지가 비틀거린다 보름달을 따왔노라고 소리치며 귀가한 아버지 물컹한 복숭아를 잠든 내 입에 물리곤 까칠한 턱수염을 볼에 비볐다 얼큰하게 .. 2025. 7. 8.
황려시 시인 / 핑계 외 4편 황려시 시인 / 핑계 먼지가 된 바이러스는 문장의 단백질을 먹고 산다 어젯 밤 써 놓은 A4 용지를 다 갉아먹고 똥만 싸고 갔다 너무 쉽게 너무 느리게 이어폰은 소리를 싹둑 잘라먹는다 사이키한 말을 왜 하다 말고 또 하는 거야 오늘은 뜻이 이루어 질까 몇 번을 죽다 돌아와 처음으로 다시 사는 문장들이다 모자에 집중하는 날은 바람의 어깨가 가볍지 안경은 벗어도 좋아 대충이면 되니까 젖은 빨래는 볕을 따라다니지 사선으로 부.. 2025. 7. 8.
이명윤 시인 / 장마​ 외 5편 이명윤 시인 / 장마​ ​ ​ 라라라. ​ 그가 봉지를 찢고 딱딱한 라면을 꺼내 들어요 그는 라면을 희망적으로 읽지요 창문 너머 훔쳐보는 고양이의 눈빛 따윈 신경 쓰지 않기로 해요 ​ 라면, 라면, 라면. ​ 라면은 잠시나마 그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가요 그가 부자라면 그가 실업자가 .. 2025. 7. 8.
김지녀 시인 / 정착 외 5편 김지녀 시인 / 정착 노트에 배 안에서 읽은 책의 제목을 적었다 이것이 기록의 전부다 노트는 열려 있고 한 달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이 섬이 나에겐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사하기가 어렵다 너무 단순하기 때.. 2025. 7. 8.
최해돈 시인 / 부동의 生 외 5편 최해돈 시인 / 부동의 生 책상 위에 스테인레스 컵이 하나 있다 자세히 보니 컵속의 물은 세상의 고요가 잠깐 쉬고 있는 사이 간간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저 컵은 조금의 미동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의 생은, .. 2025. 7. 8.
현택훈 시인 / 솜반천길 외 5편 현택훈 시인 / 솜반천길 물은 바다로 흘러가는데 길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솜반천으로 가는 솜반천길 길도 물 따라 흘러 바다로 흘러가지요 아무리 힘들게 오르막길 오르더라도 결국엔 내리.. 2025.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