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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천상병 시인 / 바람에도 길이 있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21.

천상병 시인 / 바람에도 길이 있다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천상병 시인 / 약속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을 가도 가도 황토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천상병 시인 / 어두운 밤에

 

 

수만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하늘에,

하나, 둘, 셋, 별이 흐른다.

 

할아버지도

아이도

다 지나갔으나

한 청년이 있어, 시를 쓰다가 잠든 밤에……

 

 


 

천상병 [千祥炳, 1930.1.29 ~ 1993.4.28] 시인

1930년 일본 효고현(兵庫県)에서 출생. 1949년 마산 중학 5년 재학 중 당신  담임교사이던 시인 김춘수의 주선으로 시 〈강물〉이 《문예》誌에 초회 추천. 1951년 《문예》誌에  평론  〈나는  부하고 저항 할 것이다〉를 발표하며 평론 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주막에서』(민음사, 1979)와  『요놈! 요놈! 요 이쁜 놈!』(답게, 1991),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1993, 민음사) 등이 있음. 1993년 숙환으로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