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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정화 시인 / 유령그물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2.

서정화 시인 / 유령그물

 

 

그물코에 끼인 채 발버둥치는 물고기

비명소리 쫓아가 뛰어드는 물고기 떼

겹겹의 유령그물이 비명으로 뒤엉킨다

 

게 덫과 자망에 걸려 붉게 우짖는 바다새

손을 쓸 새도 없이 쓰레기와 썩어가는

거대한 무덤이 되어 악취 속을 떠다닌다

 

날카롭게 날을 세운 독기들로 가득한

밑바닥 속속들이 파고드는 폐그물

바다의 아픈 유령이 긴 자락을 끌고 간다

 

* 유령그물 : 어선에서 버리거나 유실된 어망

 

- 시조집『유령그물 』(고요아침, 2014)

 

 


 

 

서정화 시인 / 새우

 

 

빛나는 수족관에 투사새우들 날 세운다

어둡고 흰 비명소리 쉴 새 없이 퍼덕이며

후드득 빗줄기처럼 기운 채로 솟아오른다

 

무릎을 굽히지 않는 포옹의 방식이다

갑옷은 불꽃 튀김 뒤집힌 채 단단히 굳어

환하게 꽃처럼 이운 화살 품은 집이다

 

붉은 속 희게 달군 살아있는 불무덤

뛰어오른 기름의 진동에도 버티며

지독한 채찍질에도 탄력 있는 허리들

 

등껍질이 벗겨진 채 스스로 일어선다

연기 흘러 별처럼 은총이 되는 시간

오늘 더 젊어진 죽음 불붙어 타고 있다

 

《오늘의시조》 2022년 제16호

 

 


 

서정화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7년 백수 정완영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2018년 《서정시학》 신인상 당선. 시집으로 『유령 그물』, 『나무 무덤』(2016. 세종도서 문학 나눔 선정). 『서이치에 기대다』 (2019. ARKO 문학 나눔 선정).현대시조 100인선집 선정 『숲 도서관』 과 2018년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 창작지원 작품집으로 『언어의 모색』이 있음. 2013년, 2015년 2018년 수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