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화 시인 / 유령그물
그물코에 끼인 채 발버둥치는 물고기 비명소리 쫓아가 뛰어드는 물고기 떼 겹겹의 유령그물이 비명으로 뒤엉킨다
게 덫과 자망에 걸려 붉게 우짖는 바다새 손을 쓸 새도 없이 쓰레기와 썩어가는 거대한 무덤이 되어 악취 속을 떠다닌다
날카롭게 날을 세운 독기들로 가득한 밑바닥 속속들이 파고드는 폐그물 바다의 아픈 유령이 긴 자락을 끌고 간다
* 유령그물 : 어선에서 버리거나 유실된 어망
- 시조집『유령그물 』(고요아침, 2014)
서정화 시인 / 새우
빛나는 수족관에 투사새우들 날 세운다 어둡고 흰 비명소리 쉴 새 없이 퍼덕이며 후드득 빗줄기처럼 기운 채로 솟아오른다
무릎을 굽히지 않는 포옹의 방식이다 갑옷은 불꽃 튀김 뒤집힌 채 단단히 굳어 환하게 꽃처럼 이운 화살 품은 집이다
붉은 속 희게 달군 살아있는 불무덤 뛰어오른 기름의 진동에도 버티며 지독한 채찍질에도 탄력 있는 허리들
등껍질이 벗겨진 채 스스로 일어선다 연기 흘러 별처럼 은총이 되는 시간 오늘 더 젊어진 죽음 불붙어 타고 있다
《오늘의시조》 2022년 제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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