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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이상화 시인 / 예지(叡智) 외 3편 이상화 시인 / 예지(叡智) 혼자서 깊은 밤에 별을 보옴에 갓모를 백사장에 모래알 하나같이 그리도 적게 세인 나인 듯하여 갑갑하고 애닯다가 눈물이 되네. 만국부인, 1932. 10 이상화 시인 / 오늘의 노래 나의 신령! 우울(憂鬱) 헤칠 그날이 왔다! 나의 목숨아! 발악을 해 볼 그때가 왔다. 사.. 2020. 2. 2.
이상화 시인 / 쓰러져가는 미술관 외 3편 이상화 시인 / 쓰러져가는 미술관 어려서 돌아간 `인순'의 신령에게 옛 생각 많은 봄철이 불타오를 때 사납게 미친 모―든 욕망―회한을 가슴에 안고 나는 널 속을 꿈꾸는 이불에 묻혔어라 쪼각쪼각 흩어진 내 생각은 민첩하게도 오는 날 묵은 해 뫼너머 구름 위를 더우잡으며 말 못할 미.. 2020. 2. 1.
박두진 시인 / 피닉스 외 5편 박두진 시인 / 피닉스 햇볕에 반짝이는 먼지 바닷가 자잘한 모래알에서도, 아직은 숨어 있는 흙 속의 풀뿌리 골짜기에 딩구는 희디 하얀 백골 속에서도 일어날 것이라 한다. 언제나 불안한 저들의 눈동자 피 묻은 옷자락 저절로 떨리는 머리카락 속에서도, 더럽게 엉기는 저들의 피톨 썩.. 2020. 2. 1.
박남수 시인 / 투창(投槍) 외 4편 박남수 시인 / 투창(投槍) 빈 하늘에 던져진 은빛의 창은 고구려의 벌판을 건너, 지금 서울의 꼭지에서 vie의 잔등을 노리고 있다. 고층 건물이 떨구는 한 장의 벽돌. * 휘뜩, 창이 각도를 꺾는 순간에, 죽음은 멧돼지의 넓은 잔등에서 털을 세우고 피를 흘린다. 이윽고 조용히 굽는 순종의 .. 2020. 2. 1.
이상화 시인 / 비를 다고 외 3편 이상화 시인 / 비를 다고 농민의 정서를 읊조림 사람만 다라워질 줄로 알았더니 필경에는 믿고 믿던 하늘까지 다라워졌다. 보리가 팔을 벌리고 달라다가 달라다가 이제는 곯아진 몸으로 목을 댓 자나 빠주고 섰구나! 반갑지도 않은 바람만 냅다 불어 가엾게도 우리 보리가 달증이 든 듯이.. 2020. 1. 31.
박두진 시인 / 칠월(七月)의 편지 외 4편 박두진 시인 / 칠월(七月)의 편지 칠월(七月)의 태양(太陽)에서는 사자(獅子) 새끼 냄새가 난다. 칠월(七月)의 태양(太陽)에서는 장미(薔薇)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草原)을 달리며 심장(心臟)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 2020. 1. 31.
박남수 시인 / 주막(酒幕) 외 5편 박남수 시인 / 주막(酒幕) 토방(土房)마루에 개도 어수룩히 앉아 술방을 기웃거리는 주막…… 호롱불이 밤새워 흔들려 흔들린다. 밤이 기웃이 들면 주정꾼의 싸움이 벌어지는 행길, 행길 앞 주막. 둘 사이 들어 뜯어놓는 얼굴이 바알간 새악시, 술방 아가씨. 술상이 흩어질 무렵…… 마른 .. 2020. 1. 31.
이상화 시인 / 반딧불 외 3편 이상화 시인 / 반딧불 단념은 미덕이다 ―루낭 보아라, 저기! 아―니 또 여기! 가마득한 저문 바다 등대와 같이 짙어 가는 밤하늘에 별 낱과 같이 켜졌다 꺼졌다 깜작이는 반딧불! 아 철없이 뒤따라 잡으려 마라 장미꽃 향내와 함께 듣기만 하여라 아낙네의 예쁨과 함께 맞기만 하여라. 신.. 2020. 1. 30.
박두진 시인 / 젊은 죽음들에게 외 4편 박두진 시인 / 젊은 죽음들에게 누가 알리. 선혈로 강을 이뤄 한 바퀴 친친히 지구를 띠 두른 그 넋들 서로 안고 오늘을 울어옘을. 별빛 그 눈동자들 지금은 하늘엘까? 낭랑한 그 목소리들 지금은 공중엘까? 푸른 그 애띤 넋들 지금은 햇살 속엘까? 바람 속엘까? 떨리는 풀잎 꽃이 지는 꽃나.. 2020. 1. 30.
박남수 시인 / 잔등의 시(詩) 외 4편 박남수 시인 / 잔등의 시(詩) 하늘은 돌아누워 있는 것일까. 잔등을 이리로 향하고. 누구도 하늘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 나는 세상을 향해 잔등을 돌리고 누워 있다. * 새가 늘 하늘의 잔등에 제 잔등을 부비며 하늘을 날아갈 때만 노래하듯이 나도 잔등의 뒤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리라. .. 2020. 1. 30.
이상화 시인 / 마음의 꽃 외 3편 이상화 시인 / 마음의 꽃 ― 청춘에 상뇌(傷惱)되신 동무를 위하여 오늘을 넘어선 가리지 말라! 슬픔이든, 기쁨이든, 무엇이든, 오는 때를 보려는 미리의 근심도―. 아, 침묵을 품은 사람아, 목을 열어라, 우리는 아무래도 가고는 말 나그넬러라, 젊음의 어둔 온천에 입을 적셔라. 춤추어라,.. 2020. 1. 29.
박두진 시인 / 이상한 나라의 꿈 외 4편 박두진 시인 / 이상한 나라의 꿈 펑펑 함박눈은 눈으로 얼음 얼어 하얗게 얼어붙고 꽃은 꽃으로 빨갛게 얼음 얼어 꽃으로 얼어붙고 풀은 풀 나무는 나무 숲은 숲으로 얼음 얼어 푸르게 얼어붙고 바다는 바다로 파랗게 물고기는 물고기로 펄덕펄덕 비늘 싱싱한 채 하늘을 날으는 새들은 새.. 2020.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