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박남수 시인 /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외 5편 박남수 시인 /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그 영혼(靈魂)까지도 얼비춰 보이는 투명한 한국의 가을은, 지금 누더기진 옷을 벗고 그 밋밋한 육신(肉身)을 세우고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장식(裝飾)으로 건강한 육신을 가리워 왔나 보다. 손가락에서 뿜어오르는 보석(寶石).. 2020. 1. 29. 이상화 시인 / 달아 외 3편 이상화 시인 / 달아 달아! 하늘 가득히 서리운 안개 속에 꿈 모닥이같이 떠도는 달아 나는 혼자 고요한 오늘 밤을 들창에 기대어 처음으로 안 잊히는 그이만 생각는다. 달아! 너의 얼굴이 그이와 같네 언제 보아도 웃던 그이와 같네 착해도 보이는 달아 만져 보고저운 달아 잘도 자는 풀과 .. 2020. 1. 28. 박두진 시인 / 완벽(完璧)한 산장(山莊) 외 4편 박두진 시인 / 완벽(完璧)한 산장(山莊) 어디로 해서 너의 문을 들어갈까. 어떻게 어디로 해서 너의 내부 너의 가장 안의 너의 너 너의 너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네가 정말로 드러내는 너의 사상 네가 정말로 소리내는 너의 음악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너의 말을 들어볼 수 있을까... 2020. 1. 28. 박남수 시인 / 심야(深夜) 외 4편 박남수 시인 / 심야(深夜) 보름달이 구름을 뚫고 솟으면…… 가므스레한 어둠에 잠겼던 마을이 몸을 뒤척이며 흘러 흐른다. 하아얀 박꽃이 덮인 초가집 굴뚝에 연기 밤하늘을 보오야니 오르고, 뜰 안에 얼른얼른 사람이 흥성거린다. 어린애 첫 울음이 고즈넉한 마을을 깨울 때 바로 뒷방.. 2020. 1. 28. 이상화 시인 / 기미년 외 3편 이상화 시인 / 기미년 이몸이 제아무리 부지런히 소원대로 어머님 못 뫼시니 죄롭쇠다 비올 적에 남이야 허랑타한들 내 아노라 우시던 일. 중앙, 1936. 5 이상화 시인 / 나는 해를 먹다 구름은 차림옷에 놓기 알맞아 보이고 하늘은 바다같이 깊다라―ㄴ하다. 한낮 뙤약볕이 쬐는지도 모르고 .. 2020. 1. 27. 박두진 시인 / 식민지(植民地), 20년대(年代) 춘궁(春窮) 외 4편 박두진 시인 / 식민지(植民地), 20년대(年代) 춘궁(春窮) 삼동을 벗어나면 춘궁이었다. 길고도 아득한 굶주림이 기다렸다. 하늘도 햇볕도 허기로 타오르고 흙덩어리 팍팍한 황토의 목메임. 마을은 기진한 채 죽은 듯 늘어져 잠잠했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바라볼 것도 기다릴 것.. 2020. 1. 27. 박남수 시인 / 섬 1 외 5편 박남수 시인 / 섬 1 시푸런 남빛으로 설치며, 파도는 작은 섬을 핥으고 있지만, 실의(失意)에 낯익은 섬은 고독의 귀를 세워 어둠을 나는 갈매기의 절규(絶叫)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이 짧은 절규(絶叫)는, 결국 파도 소리에 지워져 그의 의사(意思)는 전달되지 않았지만, 언제나 비통(悲痛).. 2020. 1. 27. 이상화 시인 / 구루마꾼 외 3편 이상화 시인 / 구루마꾼 `날마다 하는 남부끄런 이 짓을 너희들은 예사롭게 보느냐?'고 웃통도 벗은 구루마꾼이 눈 붉혀 뜬 얼굴에 땀을 흘리며 아낙네의 아픔도 가리지 않고 네거리 위에서 소 흉내를 낸다. 월간 『開闢(개벽)』 1925. 5 이상화 시인 / 그날이 그립다 내 생명의 새벽이 사라.. 2020. 1. 26. 박두진 시인 / 성숙(成熟) 외 4편 박두진 시인 / 성숙(成熟) 가장 가까우나 무한거리 사철을 방황하는 가장 가난한 나의 꿈이, 비로소 오늘 네게서 포만하고 바람이 처음 열어 보는 오월의 넋의 비밀 안에서 포화하는 꽃벌음이어. 저 아침의 한낮의 달밤의 그 바다의 첫번 팽창 아직은 저절로 유지되는 위태로운 균형이 네 .. 2020. 1. 26. 박남수 시인 / 새의 암장(暗葬) 1 외 3편 박남수 시인 / 새의 암장(暗葬) 1 삶보다 투명한 궤적을 그으며 한 마리의 새는 저승으로 넘어가고 있다. 죽음과 생식의 알이 쏟아지는 보이는 싸움과 보이지 않는 싸움 속에서 암장되고 있다. 스스로가 노래인 하늘의 주민들은 붕 붕 날리는 위협으로 온몸에 소름을 쓰고 떨고 있다. 새의 .. 2020. 1. 26. 이상화 시인 / 가장 비통한 기욕(祈慾) 외 3편 이상화 시인 / 가장 비통한 기욕(祈慾) 아, 가도다, 가도다, 쫓겨가도다 잊음 속에 있는 간도와 요동벌로 주린 목숨 움켜쥐고 쫓아가도다 자갈을 밥으로 해채를 마셔도 마구나 가졌으면 단잠을 얽을 것을― 인간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주린 목숨을 뺏어가거라! 아, 사노라, 사노라,.. 2020. 1. 25. 박두진 시인 / 붉은 부리의 새 외 4편 박두진 시인 / 붉은 부리의 새 바람보다도 가볍게 햇살보다도 더 부드럽게 영혼의 네 날개 가을 하늘 훨훨 지는 쭉지 갈이 깃 기억할 수 있는 것의 모두는 강물에 둥둥 떠서 바다로 멀어가고 안에 받은 상처 피 뛰어 머나먼 별과 별의 불로 타 다만 당신의 기억하심 기억하심 당신 안의 하.. 2020. 1. 25.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79 다음